형사재판을 받는 의료인은 구속이나 실형 가능성에 먼저 관심을 두기 쉽다. 하지만 실형을 피하고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의사면허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에서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개원의라면 진료 중단과 환자 인계, 직원 고용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어 형사절차 초기부터 면허 문제를 함께 살펴야 한다.
현행 의료법은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뒤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을 의료인 결격사유로 정한다.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경우에는 유예기간이 끝난 뒤 2년이 지날 때까지, 선고유예는 그 기간 중 결격사유에 해당한다. 징역형의 집행유예도 포함된다.
의료인이 이 같은 결격사유에 해당하면 보건복지부장관은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 행정청이 사정을 고려해 처분 여부를 선택하는 구조가 아니다. 법정구속을 면했다거나 집행유예가 선처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 면허를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범해 결격사유에 해당한 경우에는 예외가 적용된다. 진료 과정의 과실로 환자가 다치거나 사망한 사안을 고려한 규정이다. 반면 의료행위와 무관한 범죄나 고의범에는 이 예외를 적용할 수 없어 판결 주문과 함께 죄명, 범죄사실, 행위 경위를 확인해야 한다.
벌금형과 기소유예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벌금형은 금고 이상의 형이 아니며, 기소유예는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어서 해당 결격사유와는 다르다. 결국 형사재판에서 인정되는 죄명과 선고형이 의사면허취소 여부를 가르는 만큼 공소장과 수사기록을 토대로 예상되는 법적 결과를 검토해야 한다.
적용 법령은 범행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격사유 범위를 확대한 개정 규정은 2023년 11월 20일부터 시행됐고, 시행 전에 저지른 범죄로 형을 받은 경우에는 종전 규정이 적용된다. 범행이 개정 전후에 걸쳐 있거나 여러 범죄가 함께 기소됐다면 범죄별 시점과 공소사실을 나눠 확인해야 한다.
면허취소 전에는 청문 절차가 진행된다. 이 단계에서는 판결 확정 여부와 형의 종류, 범행 시점, 적용 법령, 업무상과실치사상 예외 해당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된다. 처분에 이의가 있다면 행정심판이나 취소소송을 검토할 수 있지만, 청문 단계부터 공소장과 판결문, 확정증명원 등 자료를 일관되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면허 사건은 집행유예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범행 시점과 적용 법령, 판결에서 인정된 죄명, 의료행위 중 과실인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형사재판 단계부터 예상되는 행정처분과 청문 자료를 하나의 기준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면허가 취소되면 결격사유가 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다시 진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집행유예 등 결격사유로 취소된 경우에는 취소일부터 3년간 재교부가 제한되며 이후에도 교육 이수 등 법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형사기록과 진료기록, 범행 시점 자료를 보존하고 재판과 행정절차의 주장이 어긋나지 않도록 점검하는 것이 권리 보호의 출발점이다.
도움말: 더프랜즈 법률사무소 이동찬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