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앞둔 부부가 재산분할을 이야기할 때 관심은 대부분 아파트나 예금 등 보유 재산에 집중된다. 그러나 실제 재산분할소송에서는 재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채무다. 배우자 명의로 수천만원의 대출이나 사업채무가 남아 있다면 그 빚까지 함께 부담해야 하는지를 두고 갈등이 커질 수 있다.
배우자 명의의 채무라고 해서 모두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자신의 이름으로 발생하지 않은 빚이라는 이유만으로 항상 무관하다고 볼 수도 없다.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하는 제도인 만큼 채무가 발생한 목적과 사용처가 핵심 쟁점이 된다.
주택을 마련하면서 받은 대출이나 부부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발생한 채무라면 재산 형성과 유지에 수반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예컨대 아파트 구입자금 대출이나 전세보증금 마련을 위한 차입금처럼 공동재산과 직접 연결된 채무는 적극재산과 함께 살펴보게 된다. 대법원도 공동재산 형성에 수반하거나 부부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부담한 채무는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업채무는 판단이 더 복잡하다. 배우자가 사업을 위해 돈을 빌렸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공동채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 수익이 실제 가계생활이나 공동재산 형성에 사용됐는지, 상대 배우자가 사업 운영이나 채무 부담 과정을 알고 있었는지, 차입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반면 개인적인 소비나 도박, 혼인공동생활과 무관한 투자 등으로 발생한 채무라면 재산분할에서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결국 누구 명의의 대출인지보다 해당 채무가 부부 공동재산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재산분할소송에서는 채무의 존재만큼 그 발생 시점도 중요하다.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된 이후 일방이 새롭게 부담한 채무라면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된 재산관계와 관련이 있는지를 별도로 살펴야 한다. 파탄 이후 일방의 노력이나 비용으로 감소한 채무 역시 구체적인 경위에 따라 분할 대상 산정에서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출약정서와 계좌거래 내역, 부동산 취득자료, 사업계좌, 카드사용 내역 등 자금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중요하다. 단순히 “배우자가 만든 빚”이라고 주장하기보다 언제 얼마를 빌렸고 실제 어디에 사용했는지를 연결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대전 법무법인 한길로 박종현 대표변호사는 “재산분할소송에서는 적극재산만 확인해서는 정확한 재산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다. 대출이나 사업채무가 공동재산 형성 또는 혼인생활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자금 흐름을 중심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산분할은 보유한 재산을 단순히 절반으로 나누는 절차가 아니다. 민법도 가정법원이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과 여러 사정을 참작해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채무가 포함된 사건이라면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을 함께 정리하고 대출과 사업자금이 형성된 배경까지 확인하는 것이 재산분할소송의 범위와 부담을 판단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글=대전 법무법인 한길로 박종현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