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염승환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
염승환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 

 

 

 투자에는 두 가지 영역이 존재한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과 아무리 발버둥 쳐도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투자자는 시장의 소음에 휘둘리게 되고, 구분할 줄 아는 투자자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합동 공습을 개시했다. 테헤란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은 물론 바레인, 쿠웨이트, 키프로스 등 미군 기지가 위치한 인접국에까지 탄도 미사일과 드론으로 반격에 나섰다. 중동 전역이 전쟁의 불길에 휩싸였다. 국제유가는 급등했고, 환율은 치솟았으며, 글로벌 증시는 흔들렸다. 한국의 코스피도 예외는 아니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투자자들은 스마트폰부터 켠다. 트럼프의 SNS인 ‘트루스소셜(Truth Social)’ 게시물을 확인하고, 유가를 실시간으로 새로고침하고, 환율 그래프를 들여다보며 한숨을 내쉰다. 보유한 주식을 팔까 말까, 매일 전전긍긍한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투자일까? 우리는 지금 투자가 아니라 불안의 노예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트럼프와 이란의 지도자만이 아는 전쟁의 향방을 서울에 앉아 예측 하겠다는 것은 내일 코스피 종가 맞추기만큼 어려운 영역이다.

 

 이제 전쟁이 아니라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기업의 펀더멘털부터 살펴보자.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쟁이 발생하기 전에도, 전쟁이 발생한 지금도 멈추지 않고 올라가고 있다. 3개월 전 시장이 예상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85조원 수준이었다. 1개월 전에는 183조원이었고, 전쟁이 발생한 후에는 192조원까지 상향됐다. 모건스탠리는 최대 246조원이라는 강한 낙관론까지 내놨다. 전쟁의 포성이 울리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이익 전망치는 매일같이 상향되고 있는 것이다. 전쟁과 다르게 한국 1등 기업의 펀더멘털은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북 새만금에 9조원을 투자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 클러스터, 수전해 플랜트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 규모의 초대형 연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로봇도 생산할 예정이다. 정의선 회장은 “전쟁이 났으니 9조원 투자를 미루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자율주행, 로봇, 수소 에너지라는 미래의 방향은 중동의 포탄으로도 바꿀 수 없다. 기업은 전쟁 너머의 10년을 바라보고 있다.

 

 주주 환원도 전쟁을 비껴가지 않았다. 지난 6일 자사주 의무 소각을 담은 3차 상법개정안이 시행되자마자 10일 삼성전자는 8700만주, 약 16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상반기 중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같은 날 SK도 임직원 보상 목적을 제외한 자사주 전량, 약 5조원을 소각한다고 밝혔다. 두 기업의 소각 규모만 합쳐도 21조원이다. 전쟁이 한창인 바로 그 시점에, 대한민국 재계 1·2위 그룹은 주주들에게 “우리 더욱 열심히 주주환원하겠습니다”라고 답하고 있었다.

 

 이미 발생한 전쟁, 우리가 어떻게 할 수는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언젠가 전쟁은 끝나고, 유가도 제자리를 찾는다는 사실이다. 1990년 걸프전 당시 배럴당 40달러 넘게 급등했던 국제유가는 전쟁 종결 후 수개월 만에 급등분 대부분을 반납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쟁은 유가의 수준을 바꾸지 못한다. 일시적으로 ‘변동성’을 키울 뿐이다.

 

 오히려 이번 전쟁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에너지 안보, 방위산업, 물류 안전, AI 인프라, 원자재 공급망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된 것이다. 한국의 대표 산업인 조선, 방산, 전력기기, 반도체 섹터는 이번 전쟁으로 오히려 그 전략적 가치가 한층 높아졌다. 한국이 수출한 천궁 미사일이 아랍에미리트에서 실전 투입된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전쟁의 소음 뒤에는, 한국 산업의 위상이 커졌음을 알려주는 객관적 사실이 자리잡고 있다.

 

이제 전쟁 뉴스라는 소음을 끄자. 투자자가 제어할 수 있는 곳에 집중하자. 기업의 이익 추정치는 여전히 상향되고 있고, 기업들은 전쟁과 무관하게 미래에 투자하고 있으며, 주주환원이라는 대한민국 증시의 구조적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세상이 바뀌는 방향을 보고, 그 방향에 맞게 투자하면 된다. 소음으로 주가가 싸진다면, 그것은 공포가 아니라 기회다. 달리는 말의 등 위에서 잠시 바람이 세게 불 때, 고삐를 놓지 말고 더 단단히 쥐어보자. 고삐는 우리가 제어할 수 있다.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것에 더욱 집중하자. 그것만이 이 소음의 시대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염승환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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