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갈등으로 중동에 고립된 우리 국민 204명과 외국 국적 가족 5명, 일본 국민 2명이 정부가 투입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를 타고 귀국한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를 벗어나 제3국 영공을 통과했으며, 성남 서울공항 착륙이 예정돼 있다.
15일 외교부와 국방부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사막의 빛’ 작전은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레바논 체류 국민을 리야드로 집결시켜 군 수송기로 대피시키는 전례 없는 규모다. 중동 긴장 상황이 단순 갈등을 넘어 전면적 교전으로 확대되면서 긴급 대피가 필요한 상황이다. 쿠웨이트에 머물던 한국인들은 현지 대사관 인솔하에 버스로, 레바논에 머물던 국민은 항공편으로 이동했다. 대피하는 인원 중 영유아·노인·임산부 등 가족 단위도 포함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현지 체류 국민이 한 분도 빠짐없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군 수송기 활용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을 지시했으며, 이에 외교부와 국방부는 ‘사막의 빛’ 작전을 개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작전은 중동 지역 국민을 위해 빛을 밝히고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리야드에 민항기나 전세기를 투입하는 방안을 현지 항공사 및 대한항공 측과 협의했으나 안전 문제로 군 수송기를 투입시켰다. 공군 조종사와 함께 안전을 책임질 최정예 특수부대 공군 공정통제사(CCT)와 정비·의료 인력 30여 명이 시그너스에 동승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다른 중동 국가에 체류한 국민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고심 끝에 리야드로 군 수송기 투입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전에는 외교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공군, 주사우디대사관, 주바레인대사관, 주쿠웨이트대사관, 주레바논대사관 등 현지 공관과 이재웅 전 외교부 대변인을 단장으로 한 정부합동 신속대응팀, 경찰청까지 합류하며 범정부 차원에서 ‘원팀’으로 적극 추진됐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각각 사우디 외교장관 및 국방장관과 통화하며 사우디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고, 수송 경로 확보를 위해 10여 개 국가에 영공 통과 협력도 요청했다. 국방부와 합참은 24시간 상황실을 운영하며 군 수송기의 항로를 추적하고 위기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에 나섰다.
한편 공군이 운용하는 총 4대의 시그너스가 국민 수송을 위해 투입된 것은 이번이 일곱 번째다. 최근 사례는 2024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지상 작전이 진행된 레바논에서 국민 96명을 태우고 귀환한 것이다. 정부는 향후 관련 규정과 현지 상황을 고려해 성인 기준 88만원 내외의 비용을 군 수송기 탑승객에게 청구할 예정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중동 지역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귀국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다양한 안전 조치를 지속적으로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현민 기자 jhm3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