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대출까지 막히나… 분양시장 집단패닉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퍼스트’ 전 평형 대출 불가 통보
중도금 막힌 것은 이례적…“현금부자 잔치” 불만 고조

경기도 수원시 아파트 단지 전경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금융당국이 강력한 대출 조이기에 나선 가운데, 아파트 분양 시장에 대출 중단 공포가 드리우고 있다. 특히 전체 분양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도금 대출이 막히는 단지가 생기면서 청약 실수요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5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수원 광교신도시에서 마지막 ‘로또 분양’으로 기대를 모았던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퍼스트’가 분양을 앞두고 공고문을 통해 전 평형 중도금 대출 불가를 통보했다.

 

보통 단지가 분양에 돌입하면 시행사와 시공사는 분양가격이 9억원을 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은행과 중도금대출 협약을 맺고 집단대출을 실시한다. 하지만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퍼스트’의 경우 전용 60㎡의 분양가가 7억원, 69㎡는 8억2000만원으로 9억원 이하인데도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원래 청약이 당첨되면 먼저 10~20%의 계약금을 내고 중도금을 집단대출과 일부 자납으로 충당한 뒤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해 잔금과 남은 중도금을 갚아 나가게 된다. 하지만 전체 분양가의 60% 안팎을 차지하는 중도금이 막혀 버리면 당장 내 집 마련 플랜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번에 논란이 된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퍼스트’의 경우 전용 60㎡를 기준으로 하면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거의 6억원에 이르는 현금을 대출 없이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시행사 측은 “중도금 대출 알선이 사업주체의 의무는 아니다”며 “200가구 규모 작은 분양이어서 시행사가 중도금 대출을 분양자들이 자납하도록 했다”는 입장이다.

 

청약을 기다리고 있었던 직장인 정모 씨(39)는 “서울은커녕 이제 경기도에서도 청약이 ‘그림의 떡’이 돼 버렸다”며 “수억원의 분양대금을 대출 없이 자납하라는 것은 결국 금수저나 현금부자만 청약을 넣으라는 것과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중도금 대출 불가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단지가 들어서는 수원 광교는 당첨만 되면 4억~5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수도권에서 가장 ‘핫’한 지역으로 대출이 나오지 않아도 청약에 나설 이들이 차고 넘칠 것”이라며 “미분양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시행사나 건설사가 호기를 부린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로 은행들이 대출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것도 이번 중도금 중단 사태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연간 늘려야 하는 가계대출 총량을 전년도의 6%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광교처럼 대출이 많은 지점들은 이미 대출 한도가 꽉 찼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선 중도금 대출 불가 사태가 다른 단지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화성봉담2지구 A-2블록 신혼희망타운은 잔여가구 입주자모집공고문에서 “금융권의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로 인해 중도금 대출이 현재 불투명한 상황이며, 중도금 집단 대출이 불가할 경우 수분양자 자력으로 중도금을 납부해야 함을 알려드립니다”고 안내했다.

 

또 NH농협은행은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면서 중도금 집단 대출도 제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금융권의 대출 제한은 신용대출 위주로 이뤄지고 있으며, 중도금 대출 규제의 경우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분양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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