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러닝머신 속도까지 제한… “발라드 틀고 운동하나” 불만

거리두기 4단계가 바꾼 헬스장·피트니스클럽 新풍속도
음악 100~120bpm 유지…러닝 머신은 시속 6km 규제
“bpm 검색하는 것도 큰 일”
스텝퍼 등 허용 실효성 논란

[정희원 기자] “발라드만 나올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된 이후 헬스장·피트니스클럽 관장들은 ‘음악 리스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실내체육관은 오후 10시 운영 제한뿐 아니라 음악 템포·운동기구 사용속도까지 제한받고 있는 상황이다. 

 

줌바·스피닝·댄스 등 그룹활동 시 음악은 100~120bpm을 유지해야 한다. 러닝머신 역시 시속 6㎞ 이상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샤워실 이용도 불가능해졌다.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된 이튿날인 13일 달라진 방역 체계 아래서의 일상을 살펴보기 위해 인천의 한 헬스장을 찾았다. 느린 템포의 발라드만 나오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의외로 ‘에이핑크의 FIVE’가 나오고 있었다.

 

검색해보니 bpm 115로 아슬아슬하게 ‘통과’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느낌이다. 평소 들리던 템포 빠른 음악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이전보다 늘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통상 운동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헬스장 등에서 활용하는 음악은 120~150bpm 수준이다. 이는 유산소운동 효율을 높이는 데 가장 유리한 템포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첫날인 지난 12일 서울 은평구 한 헬스장에서 관계자가 런닝머신 등 기구 방역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헬스장 관계자는 4단계 시작 전 헬스장 플레이리스트를 대략적으로 바꿨다.

 

그는 “bpm을 하나하나 검색하는 게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며 “모르고 넘어가 120bpm이 넘는 음악도 섞여 있을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2주가 지나면 이런 상황이 해제되길 바란다. 회원들도, 관계자들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헬스장의 한 회원은 이어폰을 챙겨 왔다. 그는 “발라드만 나올까봐 혹시나 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운동하려고 평소 쓰지 않던 이어폰을 챙겼다”며 “비트까지 검열하는 시대인 것 같다. 개인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도 위법이 아닐지 우려된다”고 했다.

 

러닝머신 속도제한은 어떨까. 실제로 속도를 6.1로 높이는 순간 ‘강제종료’ 됐다. 다만 사이클·스텝퍼 등의 다른 유산소운동 기구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었다. 이들 기기 역시 운동강도가 높아지면 숨이 차는 것은 마찬가지다.

 

에어로빅·스피닝·줌바댄스 등 격렬한 GX프로그램도 한층 힘을 빼고 진행 중이다. 한 댄스강사는 “당분간 강도를 낮춰서 수업해야 하는데, 회원들은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평소 수준대로 운동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한다”고 토로했다.

현재 수도권 실내체육관 내에서 러닝머신은 최대 6km 속도로만 사용 가능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는 이같은 제제에 대해 “격렬한 운동으로 침방울과 땀이 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다만 현재 실효성 논란이 번지고 있다. 헬스장 관계자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특히 러닝머신 속도 제한과 관련, 개인 운동능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번 조치에 대해 다소 아쉽다고 설명했다. 음악이나 러닝머신 속도를 제한하는 것보다, 좀더 효율적인 방역지침을 제안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천 교수는 “이번 조치는 개인별 운동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내린 지침”이라고 지적했다. 개인의 운동 능력에 따라 러닝머신 시속에 따른 비말 전파량은 달라진다.

 

러닝머신 ‘6㎞ 속도’는 운동능력이 좋은 사람에게 걷는 수준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고강도 운동이다. 이를 간과한 채 속도제한을 강조한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러닝머신 하나만 ‘콕’ 짚은 것도 문제다. 조찬호 청담셀의원 대표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도 “스텝퍼, 사이클, 경사를 올리며 운동하는 유산소운동 기기 역시 숨이 차는 것은 매한가지”라며 “근력운동기구 역시 땀을 많이 흘리도록 하는 만큼 러닝머신에만 제한을 둘 이유는 없다”고 했다.

 

천은미 교수는 속도나 음악 제한보다 ▲KF94마스크 착용 ▲QR코드 체크인 ▲헬스장내 인원 제한 ▲운동기기 사용 전후 손소독 ▲운동기구 사용 후 기기 소독 ▲적절한 환기 ▲에어컨 필터점검 등의 방역지침을 제시하는 게 더 필요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KF94 마스크만 잘 착용해도 비말이 나갈 일이 거의 없다”며 “더욱이 두꺼운 KF94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동하면 호흡이 더 가빠져 운동하는 사람이 스스로 조절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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