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VS 조선업계, 하반기 후판가격 인상 ‘줄다리기’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선박건조 작업 모습. 사진=뉴시스

[김진희 기자] 철강과 조선업계가 올해 하반기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 인상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 협상을 벌일 전망이다.

 

 철강업계는 철광석 가격 급등에 따라 공급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고, 조선업계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13일 철강·조선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현재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 업체들과 하반기 후판 가격을 협상 중이다. 

 

 포스코가 제시한 후판 공급가는 톤당 115만원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톤당 70~80만원대였던 종전 공급가보다 35~45만원 이상 높은 가격이다. 포스코 측은 “현재 조선사들과 하반기 가격 협상을 진행 중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포스코가 후판 가격을 인상한다면 현대제철 등 다른 철강사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는 최근 원료인 철광석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 및 글로벌 철강 시황 호조세 등을 반영해 공급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지난 5월 12일 톤당 237.57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200달러대에 머물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원료가격 상승과 공급부족 등으로 국내 후판 유통가격도 지난해 말 톤당 65만원대에서 최근 톤당 13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국내 후판 가격이 톤당 100만원을 넘어선 건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반면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 시 간만에 맞은 수주 랠리에도 ‘남는 게 없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에 13년만에 최대 수주량을 달성하는 등 호황기를 맞았다.

 

 앞선 11일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 전 세계 발주량 2452만CGT 가운데 약 44%인 1088만CGT(267억1000만 달러 규모)을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724%,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보다는 183%씩 증가한 실적이다.

 

 그러나 선박 건조 비용의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인상된다면 이 같은 실적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조선업체들은 주로 헤비테일 계약(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 대금을 많이 받는 형태의 계약)을 맺기 때문에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진 1~2년이 소요된다. 지난 2019~2020년 수주 불황이 올해 실적을 좌우하게 될 텐데 후판 가격 인상이 더해진다면 수익성 악화가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조선업체들은 후판 가격 인상으로 예정원가 변화가 예상되면 수주잔고 점검 후 예상 손실에 대해 충당금을 설정한다. 만약 이 충당금이 지난 2분기 실적에 반영되면 어닝쇼크(실적충격)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증권가에서 후판 가격 인상 시 2분기에 조선 빅3의 합산 충당금이 1조원을 초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빅3 조선사들의 연간 후판 사용량은 약 430만톤으로 추정되는데, 후판 가격이 톤당 100만원으로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1.3조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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