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판결 두 달 앞으로…’ LG화학-SK이노 ‘전기차 배터리 분쟁’ 어디로 가나

10월 초 美 ITC 최종판결…韓 배터리 경쟁력 악화 우려도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차 배터리 분쟁’ 최종 판결이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 사가 극적 합의에 나설 지 주목된다. 양사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닫게 되면 국내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양사 간 ‘배터리 분쟁’은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29일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의 셀, 팩, 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을 전면 금지해달라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요청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 법인(SK배터리 아메리카) 소재지인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ITC는 올해 2월 14일 양사 간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 측의 증거인멸 행위 정황을 이유로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렸다. 이는 LG화학의 주장을 인정해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내린 것으로 오는 10월 5일 예정인 ‘최종결정(Final Determination)’에서 결론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종전의 조기패소 판결이 최종 유지되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셀 등 핵심 부품 및 소재를 미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사태 해결에 나설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LG화학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진정한 사과를 하고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피해금액을 산정해 지불하기로 한다면 합의의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LG화학 측의 주장은 LG화학의 주장일 뿐, 현재 SK이노베이션은 ITC에서 진행되는 과정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양측이 ITC 최종 결정을 앞두고 극적 타결에 도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조 단위로 예상되는 천문학적 합의금 규모, 이사회 및 투자자 설득 및 기업 이미지 훼손 최소화 방안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전기차 배터리가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의 핵심 분야라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등의 배터리 제조 기술력이 한국을 추월할 수준에 와 있는 상황에서 양사 간 소송이 장기화하면 한국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먼저 소송을 제기한 LG화학에서 결자해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양사 간 소송전은 글로벌 완성자업체 간 대리 공방전으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각각 세계 1위, 7위에 올라있는 핵심 사업자라서 그만큼 업무제휴 관계에 있는 완성차 업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포드와 폴크스바겐은 지난 5월 ITC에 제출한 서류에서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부품을 미국으로 들여오는 것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하고 2022년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관련 투자를 진행 중이다. 반면 LG화학과 지분 절반씩 참여해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GM은 “지적재산권 및 영업비밀은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며 LG화학을 지원사격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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