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 손해율 악화 주범은 ‘한방진료’

한방진료비, 양방의 2배 이상…영·유아까지 부황·뜸 등 치료 유행
도덕적 해이 논란…금융당국 “어떤 선택이든 환자의 자유"

사진=연합뉴스

[세계비즈=안재성 기자]손해보험사들이 이번달말부터 차례차례 자동차보험료를 올리기로 한 가운데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의 주 원인으로 한방진료가 꼽혀 이를 보장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한방진료비는 보통 양방의 2배 이상이어서 손보사들의 보험금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영·유아에게까지 부황·뜸 등의 치료가 유행하는 등 도덕적 해이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인 관계로 한방진료도 보장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이 완강해 쉽지 않을 전망이다. 

 

14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자동차보험 영업적자는 1조2938억원에 달했다. 게다가 12월 역시 삼성화재(100.1%), 현대해상(101.0%), DB손보(101.0%), KB손보(100.5%) 등 대부분의 손보사가 손해율 100%를 웃돌아 월간 기준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이에 따라 자동차보험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지난 2010년의 1조5369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처럼 손해율이 악화된 주 요인 중 하나로 한방진료 확대가 꼽힌다. 우선 한방진료비는 양방보다 훨씬 더 비싸다. 

 

현대해상이 자사 자동차보험에서 대인사고로 보험금이 지급된 42만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가장 가벼운 상해 등급인 14등급에 해당해 보험금이 지급된 경우 1인당 한방진료비(46만3278원)가 양방 진료비(18만2886원)의 2.5배 수준이었다. 

 

아울러 자동차보험 관련 한방진료비는 매년 급등하는 추세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사고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한방병원이 여럿 생기면서 한방진료비가 계속 부풀어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전문 한방병원은 자동차보험에 해박해 환자들에게 보험사가 전부 부담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꼭 필요하지 않은 진료까지 다수 권하는 것으로 안다”고 염려했다. 이어 “요새 한의사들이 어렵다보니 환자의 비용 부담이 덜한 자동차사고 분야에 힘을 집중하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자동차사고 전문 한방병원 등에서 각종 유도 진료가 횡행하는 것은 물론 도덕적 해이까지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 등 상위 5개 손보사에서 4세 미만 영·유아가 타 간 자동차보험금은 총 42억3700만원(1만189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의 39억8300만원(1만2735건)보다 6.4% 늘어난 금액이다. 

 

무엇보다 이들 한방진료에는 추나요법, 침술, 부황, 뜸 등 4세 미만 영·유아가 받을 수 있을까 의심스러운 진료도 여럿 포함돼 있다. 만 1세 미만 영아가 부황이나 뜸 치료를 받았다며 보험을 타 간 사례만 524건에 달했다. 

 

부황은 피부에 흡착해 피를 뽑거나 울혈을 일으켜 물리적 자극을 주는 치료다. 또 뜸은 열 자극을 가해 기혈을 돌게 하는 치료다. 모두 영·유아에게 조치하기는 쉽지 않은 치료법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이런 진료가 이뤄졌는지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일부 한방병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다수의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수은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박사는 “자동차보험에는 명확한 한방진료 관련 수가 기준이 없어 과잉진료가 횡행하고 있다”며 “적정 의료수가 기준을 책정하는 동시에 치료범위 제한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실손의료보험 등과 달리 자동차보험만 한방진료를 보장해 도덕적 해이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아예 자동차보험 보장에서 한방진료를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한방진료 제외는 금융당국의 부정적인 입장 탓에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양방이든 한방이든 어떤 진료를 택할지는 환자의 자유”라면서 “이를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한의사들의 반발도 무척 심하다. 한의사 A씨는 “신체에 상처를 내지 않고 비슷한 효과를 내는, 영·유아용 부황과 뜸 기기가 이미 상용화된 상태”라면서 “단순히 부황이나 뜸이란 진료명만 보고 도덕적 해이를 논하는 것은 어이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가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실손보험 등과 달리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란 점이 큰 걸림돌”이라며 “정부 입장에서 의무적으로 가입시켜 놓고 한방진료를 제외하는 걸 용인하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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