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저지 장기화?…윤종원 기업은행장, 경영정상화 어쩌나

노조 낙하산 반대 목소리 속 정기인사 등 시급 과제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의 임명을 반대하며 출근 저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 기업은행 노동조합 제공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지난 3일 임기를 시작한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의 출근길이 1주일 째 막힌 상태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낙하산 행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윤 행장의 자진 사퇴까지 촉구하고 있다. 대규모 임원·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는 물론 상반기 정기인사까지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윤 행장이 어떠한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지 관심이 쏠린다.

 

기업은행 노조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윤 행장 임명을 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면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을 성토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7년 4월 대선 직전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체결한 협약서를 거론하며 윤 행장 선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당시 양 측은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자는 데 입장을 같이 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성명서에서 "수출입은행장에 이어 기업은행장까지 낙하산을 임명했다"며 "민주당 정권이 노조와 맺은 정책협약을 파기하겠다면 오는 4월 총선에서 민주당 낙선 운동, 곧이어 정권 퇴진 운동까지 벌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윤 행장은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재무부 저축심의관실,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서기관,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산업경제과장, 경제정책국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연금기금관리위원회 의장,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지냈다. 국내·국제금융, 재정, 산업, 구조개혁 등 경제정책 전반을 두루 담당한 정통 경제관료다. 다만 은행 경력은 없다. 관료출신인 윤 행장이 기업은행 행장으로 임명되면서 조준희·권선주·김도진 전 행장 등 기업은행의 자행 출신 배출 역사도 10년 만에 끊겼다.

 

낙하산 논란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임직원 인사 등 핵심 은행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 행장은 노조의 출근저지 논란과는 별도로 금융연수원 내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기업은행의 한 부서장은 "외부 인사가 행장을 맡게 된 만큼 은행 업무파악에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통상 1월 중순에 이뤄지는 상반기 정기인사가 최우선 과제다. 기업은행은 임직원 약 2500명의 승진·이동 인사를 한 번에 마무리하는 '원샷인사'를 지난 2012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윤 행장이 내부출신 인사에 견줘 은행 업무 및 임직원 역량에 대한 파악이 깊지 않은 데다, 은행업무가 몰리는 설 명절 직전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는 것도 부담이 크다. 때문에 윤 행장의 첫 인사에선 원샷인사를 실시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영진 인사도 시급한 문제다. 임상현 전무이사를 비롯해 배용덕 개인고객그룹 부행장, 김창호 소비자브랜드그룹 부행장, 오혁수 글로벌자금시장 그룹 부행장이 각각 당장 20일 '2+1년'임기가 끝난다. 최현숙 여신운영그룹 부행장 역시 다음달 20일 총 3년 임기를 채운다. 주요 계열사에서도 장주성 IBK연금보험 대표, 서형근 IBK시스템 대표, 김영규 IBK투자증권 대표는 이미 지난달 임기가 끝났다.

 

시중은행 노조위원장을 지낸 한 인사는 "새해 경영전략 수립, 정기인사 등을 고려하면 노조가 신임 행장 출근 반대운동을 장기간 지속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면서 "은행 경영 정상화라는 공동목표를 감안하면 새 행장과 노조가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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