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초저금리 시대, 돈이 갈 ‘길’을 만들어줘야

김연준 KEB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장

최근 금리인하 추세에 따라 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도 1% 중반대에 머무르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은행 예금금리가 2%를 넘었지만 지금은 그런 상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주로 활용하는 3년물 국채금리는 이미 1.1%대로 내려왔고 조만간 서민형 주택담보대출금리가 1%대로 내려간다고 한다. 그러니 예금을 받아 운용해야 하는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결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예금을 상담하는 손님들의 입에서 “화폐가치가 없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이자율이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할 만큼 낮다는 뜻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제가 꾸준히 상승해 온 만큼 금융자산의 규모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가파르게 늘어났기에 실질적으로 자산을 관리해 본 경험은 그리 길지 못하다.

 

은행 같은 금융기관도 준비가 덜 된 것은 마찬가지다. 줄어드는 이자수익에 만족하지 못하는 금융자산을 주식, 펀드 등 투자상품으로 방향을 돌렸지만 기초가 든든한 장기투자가 아닌 수익만 쫓는 극단적인 쏠림 현상이 빈번히 나타나며 논란을 일으켰다. 

 

이렇게 화폐가치를 못 느끼고 투자상품에 실망한 금융자산은 무엇을 향하게 될까? 당연히 불패신화를 가진 부동산시장으로 눈길을 돌리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쳐 왔다. 특히 주택가격을 집중 타깃으로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상승세를 막기는 힘겨워 보인다. 

 

앞으로 경기가 급락하면 부동산 가격도 하락할 것이라 예측되지만 그런 상황이 오면 다른 것은 온전할까도 생각해 볼 문제다. 다 같이 떨어지면 그냥 부동산을 갖는 게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퍼지면 어찌할 것인가. 

 

지금 돈이 갈 ‘길’이 안 보인다. 개인들이 가진 소액들이라도 길을 만들어 주어야 할 때라고 본다.

 

화폐가치가 낮다면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딴 곳에 눈길 주지 않고 순진하게 예금만 하는 국민들에게 작더라도 혜택이나 우대를 줘야 한다.

 

이자가 작으면 세금 혜택이라도 주는 방안을 생각해볼 만 하다. 이는 세수의 문제가 아니다. 대다수 우리 경제의 뿌리를 이뤄왔던 ‘돼지저금통’에 대한 예우다. 

 

투자상품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금리가 2%인 경우 이론적으로 10억의 자산을 가진 경우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해당되고 또한 건강보험료도 납부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인기를 끌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의 경우 6% 내외의 수익률로 최장 3년간 보유하는 경우 1억 정도만 보유하고 있어도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1억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투자상품으로 수익이 발생했다고 10억 자산가와 똑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은 억울할 수 있다. 특히 원금 손실의 가능성을 안고 가입하는 상품임을 감안하면 세밀한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내년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1000만원으로 하향됨으로써 자칫 투자상품에 대한 문을 더 좁힐까 우려된다. 

 

이런 투자를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긴 하다. 하지만 주식이나 채권은 예금과 마찬가지로 자본시장의 근간이다. 극단적인 투기나 단기적인 일확천금이 위험할 뿐 장기적인 분산투자는 국가 경제를 위해서도 장려될 일이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힘들다는 소리가 많이 나온다. 뉴스에서도 경제정책에 대해 많은 문제를 이야기하고 반대에 대한 반대가 끊임없이 나오는 형편이다. 예전보다 살림살이가 나아졌지만 각자의 상황은 훨씬 복잡해졌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 현상만을 막고자 하는 경우가 많기에 근본적인 대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면 무의미하게 된다. 최근 그런 일들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어 마음이 아픈 경우가 생겨난다.

 

아주 작은 기본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퍼펙트 스톰’의 힘든 상황에서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김연준 KEB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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