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건강보험∙민영건강보험, 친구가 되려면

김대환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민영건강보험은 보장하는 의료 서비스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첫째 보충형(supplementary) 민영건강보험은 공적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의료서비스(비급여)를 보장하는 형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가장 흔한 형태다. 둘째는 보완형(complementary)으로 공적건강보험이 보장하는 의료 서비스(급여의료)의 본인부담금을 보장해주는 형태로 아일랜드, 덴마크, 스웨덴,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프랑스 등이 포함된다. 셋째는 중복형(duplicate)으로 공적 건강보험과 동일한 의료 서비스를 보장하지만 별도의 공급 체계에서 보장하는 체계로 영국, 호주, 뉴질랜드, 북유럽 국가 등에서 도입했다. 마지막으로 대체형(substitute)은 공적건강보험과 민영건강보험 중 선택할 수 있는 형태로 독일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실손의료보험(실손)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를 보장하기 때문에 보충형인 동시에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급여의료의 본인부담금도 보장하기에 보완형이기도 하다. 그만큼 국내 공사(公私)건강보험은 보장체계 측면에서 1대 1로 연계돼 있다. 따라서 두 보험은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여야 부작용이 없다. 주로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의 공사연금처럼 공사건강보험도 서로 협력해 국민들의 건강권을 위해 보건의료체계를 구축∙발전시켜나가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에서 가장 사이가 좋지 않은 공사건강보험을 꼽는다면 국내 국민건강보험과 실손으로 판단된다. 공사건강보험 간 다툼의 사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오랫동안 되풀이되는 논쟁이 실손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다. 실손 가입자들이 의료 수요를 증가시키고, 증가한 의료수요 때문에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이 악화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실손의 도덕적 해이와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을 연계시키는 것은 무지에서 비롯된 논리다. 보험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는 공사건강보험 양쪽에서 발생하며 오히려 공적건강보험의 파급력이 더 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도덕적 해이는 건강보험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보험에 적용되는 논리다. 

 

국민건강보험은 의무보험이면서 광범위한 의료 서비스를 보장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의료수요를 누리면 이는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연계된다. 공공성을 지향하는 공보험의 태생적 역할로 인해 지출을 적극적으로 통제하지 못한다. 

 

반면 민영건강보험은 보장은 하되 정률 방식의 본인부담금(coinsurance), 정액 방식의 본인부담금(copayment), 공제금(deductible) 등과 같이 장치를 활용해 도덕적 해이를 완화시킨다.   

 

실손을 둘러싼 오해를 해결하려면 우선 실손에 누가 가입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당연히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을 사람일 것이며, 이러한 현상을 보험경제학에서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라 정의한다. 실손 가입자들이 미가입자들보다 더 많은 의료수요를 하는 현상을 단순히 도덕적 해의로 간주할 수 없다. 즉 실손 가입자들은 미가입자들에 비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혹여 실손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의료 서비스를 많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계층이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민영건강보험은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의 의료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건강한 사람이 단지 실손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병원을 찾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실손이 도덕적 해이가 전혀 없다는 주장이 아니며, 실손 가입자들의 높은 의료수요를 모두 도덕적 해이로만 간주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다음으로 의료수요는 크게 외래와 입원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외래수요는 환자 자율에 의해 결정될 수 있는 반면 입원 여부와 기간은 주로 의사에 의해 결정된다. 실손 가입자들의 경우 미가입자에 비해 외래수요는 많으며 입원 수요는 차이가 없는 것이 그동안 국내에서 이뤄진 많은 연구들의 결과다. 한 나라의 의료지출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의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입원의료비를 낮추는 것이 우선이다. 입원의료비를 낮추려면 크게 아프기 전에 의사를 만나는 것(외래)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실손이 단기적으로 외래 증가와 같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도 있으나, 장기적으로 중증질환 발병률과 입원 가능성을 경감시킨다면 오히려 실손은 국민건강보험의 재정문제를 개선시킬 수도 있다.

 

물론 실손을 포함한 민영건강보험에 문제도 있다. 분명한 것은 민영건강보험에 대한 오해와 무책임한 비난에만 휩쓸려 실손의 긍정적인 면을 보지 못하면 이를 활용할 지혜를 떠올릴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 정부의 모습은 실손의 문제점만 지적하며 실손이 완벽히 개선되지 않으면 친구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공사건강보험이 친구가 되려면 우선 실손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 쉽게 말해 실손이 국민건강보험을 친구로 바라본들 국민건강보험이 거절하면 친구가 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실손을 대하는 정부(국민건강보험)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김대환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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