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요?]손보사 실적 부진, 자동차보험때문만인가요?

실손보험 손해율 최대 147%…출혈경쟁에 손해율 급등
지난해 보험사기 8천억 역대 최고…민간조사권 등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루에도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지고 갖가지 서비스가 등장합니다. 정부 정책도 연일 발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소비자와 국민들을 겨냥한 이들 제품과 서비스, 정책이 정말 유용하고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정확히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계파이낸스는 기존 사용후기식 제품 비교에서 벗어나 제3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해보는 새로운 형태의 리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의 [그래서요?] 시리즈를 통해 제품·서비스·정책의 실효성과 문제점 등을 심층 진단합니다.<편집자주>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손해보험사들이 우울한 상반기를 보내면서 실적 부진의 주 원인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꼽히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은 매우 높아서 큰 손실을 내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과연 손보사 실적 부진이 자동차보험때문만일까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손보사들의 주력 상품 중 하나인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00%를 훌쩍 넘어 오히려 자동차보험보다 더 심각합니다. 보험사기도 나날이 확대되고 있고요.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료 인상만을 부르짖을 게 아니라 실손보험의 손해율 상승을 막기 위해 출혈경쟁 지양, 보험설계사 수수료 체계 개선을 통한 계약유지율 개선 등의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물론 보험사기 해결에도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고요. 

 

◇손보사 발목 잡는 실손보험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손보업계 상위 5개 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986억원으로 전년동기(1조5423억원) 대비 28.77%나 줄었습니다.

 

손보업계 1위사인 삼성화재는 상반기 당기순익이 4261억원에 그쳐 전년동기봐 36% 축소됐습니다. 현대해상은 36.1%, DB손해보험은 31.3%, KB손해보험은 –11.6%의 순익 감소율을 각각 기록했습니다. 

 

메리츠화재만이 전년동기 대비 당기순익이 3.1%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이는 일회성이익인 채권처분이익(1190억원) 덕이 큽니다. 보험영업 부문에서는 1245억원 손실로 적자폭이 더 확대됐습니다. 

 

이런 실적 부진에 대해 자동차보험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상반기 기준 5대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4.7~87.1%로 흔히 적정 손해율로 이야기되는 70%대 후반보다 높은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손보사의 주력 상품 중 하나인 실손보험은 오히려 더 심각합니다. 5대 손보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15.6~147%으로 자동차보험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손해보험사 전체의 평균 실손보험 손해율도 129.6%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포인트 올랐습니다. 

 

이처럼 높은 손해율은 손보사 경영에 심각한 부담을 안기고 있습니다. 지난해 4분기 5대 손보사의 실손보험 청구 의료비 총액(급여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의료비 합산)은 2조250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7.9% 급증했습니다. 

 

올해 1분기(2조229억원)와 2분기(2조828억원)에도 각각 19.3%, 24.1%씩 늘었습니다. 

 

손보업계에서는 현재 실손보험 손해율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주류입니다. 이대로라면 5대 손보사들의 실손보험 관련 손실액은 약 2조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불황의 바람을 타고 점점 확대되는 보험사기 역시 보험사 경영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은 7982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680억원 늘었는데요. 특기할 만한 부분은 1인당 사기금액이 평균 1010만원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보험사기가 생계형이었지만 점점 조직화 및 전문화되면서 1인당 사기금액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설계사, 병원 관계자 등 전문인력들이 보험사기를 주도하면서 보험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실제 보험사기 규모는 적발된 금액보다 훨씬 더 커 막대한 보험금이 새고 있는 걸로 추측되는데요. 보험업계는 보험금 누수액을 연간 6조원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과당경쟁 지양하고 유지율 높여야 

 

손보사들은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너무 높으니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보험료를 인상하는 손쉬운 해법을 내세우기 전에 손보사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선 자동차보험과 관련해 자동차보험 특약 할인 축소, 쌍방과실을 제외한 자동차사고의 경우 대체부품 수리를 허용 등의 방안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실손보험에서도 손해율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실손보험 손해율 급등의 이유로 ‘문재인케어’가 실시되면서 의료비가 급등했다는 점도 거론되지만 보다 근원적으로는 출혈경쟁이 가장 문제시됩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손보험과 관련해 단순한 비용경쟁이 아니라 언더라이팅 완화 경쟁까지 이뤄지고 있다”며 수익성 악화를 우려했습니다. 즉, 신계약을 따내기 위해 보험료는 낮추면서 건강하지 못한 사람까지 가입을 받아주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겁니다. 

 

왜 이런 출혈경쟁이 만연해 있을까요? 사실 실손보험이 한창 인기를 끌기 시작한 10여년 전에도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00%를 넘나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당시에는 손보사들이 실손보험에서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이유는 중복보장 금지의 원칙 때문입니다. 실손보험은 보험가입자가 지출한 의료비를 실비로 보장해주는 보험입니다. 한 가입자가 A보험사의 실손보험에 가입했다면 본인이 지출한 의료비를 모두 A보험사에서 보장해주는 식입니다.

 

다만 중복보장이 금지돼 있기에 만약 해당 가입자가 B보험사의 실손보험에도 가입했다면 A보험사와 B보험사가 지출된 의료비를 절반씩 나눠서 보장해줍니다. 가입자의 실손보험이 세 개라면 세 곳에서, 네 개라면 네 곳에서 나눠 지급하는 거죠. 

 

즉, 보험가입자가 여러 실손보험에 가입해봤자 질병에 걸리거나 사고가 났을 때 보험사로부터 보장받을 수 있는 금액은 똑같은 겁니다. 단지 보험료만 많이 내야 해서 오히려 손해인 셈이죠. 

 

그런데 당시 손보사들은 이런 중복보장 금지의 원칙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실손보험에 대해 오해한 소비자들이 실손보험을 중복으로 가입하는 케이스가 많았고 그만큼 손보사들이 이득을 본 것이죠. 

 

하지만 이런 점들이 문제시되자 정부와 금융당국은 대대적인 실손보험 관련 캠페인을 실시하고 손보사들에게도 중복보장 금지에 관해 명확히 설명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덕분에 이제는 불측의 손해를 입는 가입자들이 크게 줄었지만 대신 손보사들의 손실이 커진 것이죠. 

 

따라서 앞으로는 이 부분을 명확히 인식하고 실손보험의 상품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단지 신계약을 늘리기 위해 언더라이팅 심사를 완화하는 것은 절대 지양해야 합니다. 

 

계약유지율도 신경 써야 할 부분입니다. 흔히 보험계약을 중도에 해지하면 해지환급금이 그간 납입한 보험료 원금에 크게 못 미치기에 보험사가 이익이라고 일컬어지는데요. 실은 반대입니다. 

 

보험이 중도에 해지되면 보험사도 손해가 큽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계약이 길게 유지될수록 더 유리합니다. 

 

따라서 계약유지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보험설계사의 수수료 체계를 개선해서 보험설계사들이 단지 신계약에만 몰입하는 게 아니라 유지에도 신경 쓰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 금융당국이 이에 대한 개선안을 내놓았습니다. 오는 2021년부터는 보험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첫해 수수료를 특별수당(시책)을 포함해 월 보험료의 1200%로 제한하는 방안인데요.

 

현재 보험설계사가 신계약을 하나 수주하면 전체 모집 수수료의 80~90%를 6개월 이내에 지급하는 등 최대 월 보험료의 1700%까지 첫해에 수수료를 지급합니다. 

 

이를 첫해 수수료를 월 보험료의 1200%까지로 제한하되 나머지 수수료는 그 후에 받을 수 있도록 분급하는 것이죠. 하주식 금융위 보험과장은 "2차년 이후 추가 모집수수료 지급이 가능하므로 수수료 총액 제한은 아니다"며 결국 보험설계사가 받는 수수료 총액은 변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습니다. 

 

이렇게 하면 보험계약이 길게 유지될수록 보험설계사가 받는 수수료도 늘어나므로 유지에도 더 신경을 쓰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이 정한 시한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보다 빨리 수수료 체계를 개선해 계약유지율을 상향하려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아울러 인공지능(AI) 설계사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떠오르고 있습니다. AI 설계사인 보험닥터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마이리얼플랜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18개월간 보험닥터의 계약유지율이 98%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말 기준 생보사 평균 13회차 계약유지율(금감원 집계)이 80.7%, 손보사 평균 13회차 계약유지율이 81.9%이니 그보다 훨씬 높은 유지율인 셈입니다. 

 

보험닥터는 AI를 활용해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나이, 직군, 성별 등을 고려해 진단하기 때문에 보험가입자와의 매칭 적합도가 높다는 분석입니다. 마이리얼플랜 관계자는 “AI 설계사는 데이터를 통해 고객 중심 추천 플랜이 가능하며 상업성도 없어 고객 만족도가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13월차 설계사 정착률이 50%를 넘기기 힘들 만큼 사실 보험설계사들은 중도에 그만두거나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럴 때 해당 설계사가 가져온 계약들도 함께 해지되곤 합니다. 

 

따라서 AI 설계사를 잘 활용하면 계약유지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편 보험사기 방지를 위해서도 열심히 뛰어야 합니다. 보험사들은 오랫동안 보험사의 보험사기 전담부서(SIU) 직원들에게 수사권을 주는 민간조사업법(탐정법) 제정을 원했으나 14년째 표류 중입니다. 

 

이런 탓에 SIU 직원현장 탐문조사를 하는 것 외에는 사기 근거를 모을 방법이 없어 보험사기 조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심지어 탐문조사 중 혐의자들이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면 조사를 중단해야 하죠. 

 

보험사기는 단지 보험사에만 손해를 입히는 게 아니라 국가 재정에도 상처를 냅니다. 보험사기로 인한 국민건강보험 재정 누수액은 연간 1조원 가량으로 추산됩니다. 보험사들은 탐정법 도입 근거에 대해 보다 강력하게 주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로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등의 손해율이 낮아지게 된다면 손보사들의 실적은 전보다 개선될 것이고 그래도 모자라는 부분만 보험료 인상으로 메꾸는 식으로 접근하는 식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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