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CEO 임기만료 코앞…구관이냐, 새 얼굴이냐

대형 금융사·지주사 CEO, 연말~내년초 대거 임기만료 임박
연임 여부 두고 경영성과·도덕성 등 복합적 요인 작용할 듯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허인 국민은행장, 이대훈 농협은행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각 사, 게티이미지뱅크

 

[세계파이낸스 오현승 기자] 국내 은행권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 연말이나 내년 정기주주총회 시기를 즈음해 줄줄이 임기만료를 맞는다. 은행·금융지주사의 대상 CEO들만 해도 10명 안팎에 이른다. 그간의 경영실적은 물론 내부 관례, 금융 유관기관 인사들의 거취도 연임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능력·官 인사·도덕성 등이 연임 좌우할 듯

 

우선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의 임기가 다음달 23일로 끝난다. 케이뱅크는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라 행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지난 5일부터 본격 가동했다. 심 행장은 초대 행장으로서 2년 넘게 케이뱅크를 이끌었다. 하지만 케이뱅크가 제때 자본 확충을 하지 못해 여러번 대출실패 사태를 일으킨 점 등이 부정적 요인이다. 물론 대주주적격성 심사 중단의 책임을 심 행장에게 지우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허인 국민은행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20일에 만료된다. 다음달 경이면 KB금융지주 산하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에서 후임 선정 작업에 나선다. 국민은행의 호실적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고려하면 1년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실제로 '리빙뱅크'를 표방하는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1조 3051억 원의 순익을 올리며 라이벌 신한은행(1조 2818억 원)을 근소하게 앞서는 데 성공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오는 12월 27일 임기 3년을 채운다. 이미 김 행장은 연임 의사가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조준희 전 행장, 권선주 전 행장, 김행장에 이어 네 차례 연속 은행 내부 출신 행장이 탄생할지, 외부 인사가 새 행장에 취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9일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이 금융위원장에 내정되면서 전·현직 정부 고위직 관료들의 거취도 신임 행장 선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대훈 농협은행장도 같은 달 2년 임기가 끝난다. 이 행장은 올초 이미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해 농협은행 최초로 순익 규모를 1조 원대(1조 2226억 원)로 올린 데다, 올 상반기 8456억 원의 호실적을 냈다. 다만 지난 2012년 농협은행 출범 후 2년 이상 행장직을 수행한 사례는 없다. 따라서 관례상 연임을 포기하거나 농협 내부 인사가 신임 행장에 내정될 공산도 있다.

 

금융지주에서도 주요 CEO의 임기도 내년 초 만료가 도래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각각 내년 3월,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4월 임기가 만료된다.

 

조용병 회장은 우선 리딩금융그룹 수성에 성공한 점이 가장 큰 성과다. 올 상반기 신한금융의 순익은 1조9144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1조 8374억 원의 순익을 올린 KB금융을 따돌렸다. 비은행 부문의 강화가 주된 요인 중 하나인데, 조 회장은 오렌지라이프, 아시아신탁 등 비은행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다만 조 회장의 채용비리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은 점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당초 1년 임기로 회장직에 오른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올 상반기 결산 기준 사상 최대 순익을 올렸다. 우리자산운용(옛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 및 국제자산신탁을 비롯해 롯데카드 지분(20%) 인수로 비은행 분야의 사업 범위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금융은 올해 6월 말 기준 단일주주 기준으로는 정부(예금보험공사)의 비중이 18.32%로 가장 많지만, 과점주주 7곳(IMM, 키움, 한투, 동양, 한화, 미래에셋, 유진)이 25.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들이 추천한 인사로 구성된 사외이사들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연말 경 회장 선임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내년 초 주요 지방은행 CEO 임기 만료 도래

 

주요 지방은행 CEO의 임기도 내년 초 끝난다. 지난 2017년 9월 회장직에 오른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은 내년 3월 22일 임기가 끝난다. BNK금융의 은행 계열사인 부산은행의 빈대인 행장과 경남은행의 황윤철 행장을 비롯해 서현주 제주은행장도 같은 달 임기가 만료된다.

 

일단 올 상반기 성적표는 썩 좋지 않다. BNK금융의 상반기 순익은 351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하락했다. 특히 부산은행의 순익은 2227억 원으로 1년 새 10.3%이나 줄었다.

 

실적과 무관하게 김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BNK금융은 지난 3월 5일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고쳐 '대표이사 회장은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었다. 3연임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으로 이는 국내 금융사 중 연임 횟수를 제한한 최초의 사례다.

 

이를 두고 고령(1946년 생)인 김 회장이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도록 한 사전정지 작업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두 번째 임기를 74세에 시작하는 셈이다. 기타 금융지주들은 선임 또는 재선임(연임) 제한 연령을 만 70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BNK금융에는 이 같은 규정이 없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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