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 훼손 ‘심각’…원화 가치 ‘뚝’

미중 무역전쟁에 한일 갈등까지…첩첩산중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지속되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더해 미중 무역전쟁, 한일 갈등 등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크게 훼손되는 모습이다. 이미 2.5% 수준으로 떨어진 데 더해 1%대로 내려앉을 위험까지 감지된다.

 

또한 한국 경제의 체력이 약해지고 대외 환경은 악화되면서 원화 가치 역시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1일 발표한 '잠재성장률 하락의 원인과 제고 방안' 보고서에서 “현재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5%로 추정된다”며 “앞으로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 7.3%였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후반 5.6%, 2010년대 초반 3.2%로 꾸준히 가라앉고 있다. 홍 연구위원은 2020년대 초반에는 2%대 초반, 그 후에는 1%대로 하락할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대한 노동 투입 기여도의 '마이너스' 폭이 확대되고 자본투입 기여도도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우선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노동 투입 감소가 문제시된다. 올해부터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는 생산성 악화와 저축률 하락으로 연결된다. 

 

투자 축소도 골칫거리다. 1980년대 10%를 넘던 투자 증가율이 2010년대 1∼5%로 낮아졌다. 

 

특히 근래 미중 무역전쟁, 한일 갈등 등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는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홍 연구위원은 "일본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보호무역기조 강화로 수출 감소 우려가 커지면 우리 기업들도 예정된 설비투자를 미루거나 철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신성장산업이 잘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서비스업도 성장세가 위축되면서 잠재성장률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한국 경제의 미래가 어두워지면서 원화 가치는 급격하게 내려앉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원화 가치는 지난 6월말 대비 5.0% 떨어졌다. 

 

이는 경제 규모가 큰 신흥시장 10개국(한국,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러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중 3번째로 큰 하락폭이다. 해당 기간 중 원화보다 하락폭이 더 큰 통화는 아르헨티나 페소화(-6.6%)와 남아공 랜드화(-6.3%)뿐이었다. 

 

이는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미중 무역전쟁, 한일 갈등 등 악재가 겹친 탓으로 풀이된다. 

 

한국 경제는 무역 의존도가 37.5%로 주요 20개국(G20) 중 3번째로 높다. 게다가 주요 교역국이 미국과 중국이라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 미중 무역갈등 심화, 예상보다 덜 완화적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회의 결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환율 상승세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원화 가치는 앞으로 더 떨어질 위험이 높게 관측된다. 우리은행 민경원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박스권에서 움직이겠지만 다른 악재가 터질 경우 금세 튀어 오를 상황"이라며 "1245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손성원 미국 로욜라 메리마운트대학 교수도 “내년초 환율이 1250원까지 뛸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같은 고환율과 한국 경제에 어두운 전망이 해외자금 이탈을 부를 경우 환율 상승세는 더 가속화될 수 있다.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진짜 위험은 경기 둔화와 환율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라며 "이 경우 해외자금 유출이 가팔라지면서 환율이 더 크게 뛸 수 있다"고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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