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보험상품, 까다로운 가입 절차에 편법 등장

안재성 세계파이낸스 기자.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보험은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금융상품이다. 그런데 예로부터 보험 상품은 주로 보험설계사들이 인맥을 통해 판매하다보니 상품의 구조, 특히 단점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 불완전판매가 많았다.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보험상품 설명의무 강화, 약관 배부 의무화, 대면 판매 후 전화 확인 등 다양한 규제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보험상품 가입 절차가 매우 복잡해졌다.

그런데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로 인해 소비자들이 겪는 불편이 커지고 있는 반면 실효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대면채널의 전화 확인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많다. 보험설계사들이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팔 때 필수 사항을 제대로 설명했는지 보험사에서 전화를 걸어 확인한다.

그런데 보험설계사들이 보험 가입 서류에 사인을 받아낸 뒤 가입자에게 “나중에 전화가 올 텐데 그냥 ‘예’라고만 답하시면 됩니다”고 권하는 편법을 쓰면서 이런 확인 절차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기자도 보험에 가입할 때 같은 이야기를 들었으며 지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텔레마케팅(TM)의 주의사항 전달도 마찬가지다. TM으로 보험 가입 시에는 대면채널처럼 서류를 보여줄 수 없다는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가입자에게 알려줘야 하는 사항이 매우 길다. 여기에 걸리는 통화 시간만 약 10분에 달할 정도다.

10분은 얼핏 짧은 듯하지만 남의 말을 듣고만 있기에는 매우 긴 시간이다. 처음에는 주의 깊게 듣던 가입자들도 나중에는 지친 나머지 제대로 내용 확인도 안한 채 “예”만 반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역시 불완전판매 방지라는 본연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여전히 보험은 불완전판매 관련 민원이 무척 많다. 지난해 불완전판매로 인해 발생한 민원은 손해보험 1만2633건, 생명보험 6711건이었다. 총 2만건에 가까운 셈이다.

결국 현재의 까다로운 보험 가입 절차는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하기만 할 뿐, 실효성이 낮다는 얘기다. 

물론 이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효성이 낮다고 무작정 보험 가입 절차를 간소화하면 오히려 불완전판매를 조장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버려두기보다는 어떤 쪽으로든 개선을 꾀해야 한다. 우선 TM에서 주의사항 전달  분량을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필수적인 사항만 요약해서 3~4분 정도로 줄이는 게 효울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 대면채널의 보험판매에서는 상품 판매 후 전화 확인을 할 게 아니라 판매 과정을 녹취하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모든 보험설계사들의 녹취를 의무화하면 편법을 쓸 수 없으므로 불완전판매 방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도 “특히 대면채널에서 불완전판매가 자주 발생한다”며 녹취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어떤 제도이든 완벽한 것은 없다. 따라서 문제가 생긴다고 다시 원위치시키기 보다 시간을 두고 하나하나 보완해 나가는 게 바람직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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