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험은 보장이 중요…기본에 충실할 때

오명진 두리 대표(보험계리사)

'손해 없으면 보험 없다.'
보험은 경제적인 손해를 전제로 한다. 일정 수 이상의 참여자가 일정 금액의 보험료를 갹출한 후에 누군가에게 신체 또는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보장'이라는 이름으로 해당 손해가 발생한 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인 제도에서 위험을 보장받기 위해 동일 위험집단에 참여한 대다수의 피보험자는 보험의 효용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위험집단 내에서의 확률과 통계에 의하면 보장을 받지 못하는 참여자는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이 것이 보험이라는 경제제도의 기본 원칙이다.

누구나 본인이 지불한 대가에 대해 금전적인 손해를 보고싶어 하지 않는 인센티브를 갖고 있다. 위험집단 각각의 피보험자가 보험이라는 경제제도의 원칙을 이해하고 '손해 없으면 보험 없다.'를 수긍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본인이 납입한 보험료는 보장을 받기 위한 대가이며 위험집단 내의 다른 참여자를 도와줘야 한다는 사실은 간과하기도 한다. 보험기간이 끝나고 더 이상 위험집단의 참여자가 아닌 상황이 됐을 때 그 때까지 지불한 본인의 보험료에 대한 반대 급부의 대가를 모두 금전적인 손해(피해)로 인식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보험 위험의 정의를 내릴 때 가장 먼저 '죽음(사망)'을 걱정하게 된다. 수 백년 전의 인보험의 시작은 죽음이라는 매우 두려운 보험사고를 보장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불과 수 십년전만 하더라도 사망보험, 특히 종신 사망보험에 대한 준비가 당연시되던 시기가 존재했다. 시간이 지나고 환경이 변하고 인식이 바뀌면서 사람들은 '사망'이라는 내게는 두 번은 없을 사고를 위해 미리 준비를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닌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살아가는 동안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아닌 더 잘 살기 위한 준비가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국내 보험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생명보험사 종신보험의 위기가 왔다. 이제 어느 누구도 종신보험을 '사망 보장자산'으로 판매하지 않는다. 종신보험의 마케팅 컨셉은 '확정금리', '중도인출 가능', '비과세' 등의 저축과 재테크 상품으로 전락한지 이미 오래 됐으며 설계사 또한 사망시 보험금보다 특정 연령 이후 해지시 원금 이상의 환급률로만 영업을 하고 있다. 종신보험의 경과기간별 해지환급금 자체가 그러하기에 틀린 사실은 아니나 환급에 대한 화법과 동시에 '무해지환급형' 상품으로 저렴하게 가입시키는 경우와 같이 불완전 판매의 피해는 고스란히 가입자가 떠안게 되는 일이 문제인 것이다. (무해지환급형으로 가입시 납입기간 중 해지시 해지환급금 없음. 즉, 20년납으로 납입하는 경우 20년간 해지환급금 없음)

보험은 보장을 받기 위해 가입한다. 보장하는 위험의 크기가 가입자 입장에서 너무 큰 위험일 수 있는 것이 사망보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망을 준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생존위험(사고, 질병, 화재 등)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가입자 입장에서는 본인이 사망이라는 위험집단의 참여자가 되기를 점차 꺼려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입자의 생각을 가리고 보다 쉽게 그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본전심리를 충족하는 것이 최근의 종신보험 판매화법이다. 연금전환되는, 돌려받는, 달러로 받는, 무해지 가입시 저렴한 등의 컨셉은 당장의 가입자의 지갑을 열 수는 있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해지라는 실패를 낳는다. 보험은 처음부터 보장이 기본이어야 하며 보장을 외면한 보험가입의 끝은 결국 가입자의 손해로만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생명보험사 설계사의 GA로의 이탈과 손해보험 교차판매의 증가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더 이상 종신사망보험의 수익성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다양한 상품라인업에 대한 설계사의 니즈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보험사의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오명진 두리 대표(보험계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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