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항공·유통업계와 수수료 협상서 우위 점하나

카드구매 빈번한 생활밀착형 업종…카드사 "현대차처럼 초강수 두기 어려울듯"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파이낸스=이정화 기자] 자동차업계와의 협상에서 백기를 든 카드사들이 항공·유통업계와의 협상에서는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양상이다.

자동차업종과는 달리 카드구매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생활밀착형 업종이라는 점에서 현대자동차처럼 초강수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카드사들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계와 이마트·홈플러스·롯데백화점 등 유통업계와의 가맹점 수수료율 협상을 벌이고 있다.

카드사들은 지난 1월 각 가맹점에 올해 3월부터 인상된 수수료율을 적용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1월에 수수료율을 통보한 건 2월 한 달간 수수료율에 대해 협상하고 3월부터 적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가맹점이 인상된 수수료율이 적용되기 시작한 3월 이후에 재협상 의지를 내비치면서 수수료율 협상은 계속되고 있다. 카드사들은 우선 인상된 수수료율을 가맹점에 적용한 뒤 추후 진행된 협상 결과에 따라 이를 소급적용하게 된다.

항공사들은 카드사가 사전에 통보한 수수료율이 급격히 인상됐다며 반대입장을 보이면서도 협상은 계속 한다는 입장이다.

항공사 관계자는 "현재 카드사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양자가 수긍 가능한 합리적인 인상률을 모색하고 있다"며 "현재 최종합의는 되지 않았으나 지속적으로 협의중에 있다"고 말했다.

마트·백화점 등 유통업종과의 수수료율 협상도 진행중이다. 앞서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 등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지난달 19일 입장문을 내고 "가맹점들의 매출과 이익이 급격히 감소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수수료 인상을 감당할 수 없다"며 "신용카드사들은 가맹점이 잘 돼야 신용카드사도 잘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진정성 있는 협상자세를 보여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항공·유통업종은 공식적으로 공문을 보내 수수료율 재협상을 요청하거나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하지는 않은 상태다.

앞서 현대차의 경우 막강한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새로운 조정안을 제시하면서 카드사에 가맹계약해지라는 초강수를 둔 바 있다. 결국 현대카드를 포함한 일부 카드사가 먼저 현대차가 제시한 수수료율을 받아들이면서 나머지 카드사들도 이를 수용한 모양새가 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마트나 백화점은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카드결제가 발생하는 밀착형 업종"이라며 "각종 할인 , 포인트, 무이자할부 등 혜택을 누리기 위해 마트나 백화점, 항공사에서 카드결제를 선호하는 만큼 본질적으로 현대차 협상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종의 경우 카드사가 들이는 마케팅비용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카드사가 유통업종으로부터 받는  카드수수료 수입이 4416억원에 달하지만 유통 업종에 들어가는 마케팅비용도 2654억원으로 적지않다.

여기에 카드사가 추가로 투입하는 기타비용까지 합하면 금액은 더 커질 수 있다. 100만원의 수수료 수입을 유통업종에서 얻고 60만원이 넘는 돈을 마케팅비용으로 지출한다는 의미다. 마트·백화점 입장에선 카드사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닌 셈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특히 마트의 경우 마트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특정 마트가 나서서 카드사에 강경대응을 하기 힘들어진 상황"이라며 "카드사 입장에선 우선 인상된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현대차 협상 때보다 여유로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jhlee@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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