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금리정상화 머뭇거리던 한은, 금리정책 동력 잃어

연준 4회 올릴 동안 한은 1회 인상 그쳐
경기 부진·가계부채 우려 속 혼돈 심화

안재성 세계파이낸스 기자.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 오는 18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시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아직은 금리인하를 논할 시기가 아니다”고 여러 차례 못박았다.

하지만 금리동결이 최적이라는 판단하에 동결 기조를 이어가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오히려 경기 부진과 가계부채 사이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혼돈의 양상에 가깝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침체는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전(全)산업생산은 전년동월 대비 1.4% 줄었다. 같은 기간 소매판매도 2% 하락했다.

설비투자는 26.9%나 급감해 지난 2009년 1월(-28.9%) 이후 10년 1개월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건설투자 흐름을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10.6% 떨어졌다. 향후의 건설투자로 이어지는 건설수주도 26.6% 축소됐다.

생산, 소비, 투자 등 3대 경제지표가 모두 부진한 것이다. 이에 따라 1분기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 탓에 경제가 꺼지고 있어 1분기 경제 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라며 "1분기를 시작으로 올해 저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수출 상황이 매우 악화돼 3월달 전산업생산지수도 좋지 않을 것"이라며 "1분기 성장률은 1%대 후반 수준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서 경기 부양을 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연초부터 경기 흐름이 심상치 않자 경기 부양 쪽으로 돌아섰다.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점도표를 통해 올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내놓은 점도표에서 2회 금리인상을 제시한 것보다 크게 하향조정한 것이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앞서 예고했던 4분기보다 이른 9월말에 종료하기로 했다. 5월부터는 자산축소 규모도 줄인다.

양대 긴축 카드를 접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확실하게 보낸 것이다. 덕분에 뉴욕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반면 한은은 아직까지 머뭇거리고만 있다. 달리 말하면 금리정상화가 필요할 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금리정책 동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해 기준금리를 4회 인상해 2.25%~2.50%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기준금리를 2회 올리겠다고 미리 예고했으며 대차대조표 축소도 꾸준히 진행했다.

경기 흐름이 괜찮을 때 미리 긴축을 진행해놨기에 역설적으로 경제가 침체될 때도 역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연준은 필요할 경우 금리인하까지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준과 달리 한은의 작년 금리인상은 1회에 그쳤다. 때문에 아직도 1.75%라는 역사적인 저금리 수준인 데다 한-미 간 금리역전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도 중요한 사안이다.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은 5.8%로 전년의 8.1%보다 2.3%포인트 축소됐으나 여전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높다. 가구당 빚(7700만원)과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85.9%)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중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 증가율을 GDP 성장률 수준으로 안정화시키는 것이 목표”라면서 “올해는 특히 개인사업자대출을 보다 촘촘히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년 상반기 부동산이 폭등하고 가계부채 문제가 다시금 불거질 때 금리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한은은 외면했다.

이후 한국 경제를 견인했던 반도체업황이 부진하고 경제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 직면해있지만 한은이 쓸 카드는 없는 상태다. 주저주저하다 때를 놓치고 안이하게 대응하다 부랴부랴 늑장 대응을 하는 모습만 자주 연출했다. 각종 지표와 통계치, 그리고 전망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 등을 토대로 선제적인 금리정책을 펼치지 못한 것이 화근이 된 셈이다. 금리정책 동력을 잃은 중앙은행이 되레 국가 경제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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