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일의 전자계산기] '억' 소리나는 CEO 연봉, 합당할까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정체된 영업이익 불구 성과급 최대치 250% 받아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금융권 연봉킹…성과 최대치 적용 24억4600만원

기업들은 신시장 개척 및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인수·합병(M&A), 매각, 분할 등 중요한 결정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적정하게 산출이 됐는지, 수익성은 괜찮은 것인지 투자자 입장에서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제시되는 공모가나 각 기업의 연봉이 어떤 방식으로 산정됐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세계파이낸스는 다양한 평가 방법과 기업간 비교 등을 통해 숫자의 비밀을 파헤치는 [전자계산기]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파이낸스=장영일 기자] 매년 봄 이맘때쯤이면 CEO들의 거액 연봉 소식이 들려온다. 일부 CEO의 경우 로또 당첨금 보다도 더 많은 보수를 받기도 한다.

기업에 돈을 많이 벌어다준 CEO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성과에 비해 터무니 없는 연봉을 받게 된다면 직원과 주주들의 불만 뿐만 아니라 소득 불평등에 대한 강한 반감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때론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급여를 받지 않겠다며 '책임 경영'의 모범을 보이는 CEO도 간혹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 대부분은 CEO들의 성과에 대해 '셀프 평가'로 거액의 보수를 챙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가장 소득을 많이 올린 기업인은 오너를 제외하고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이다. 급여와 성과급을 합쳐 70억3400만원을 받았는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며 큰 폭으로 줄어든 액수다. 권 회장은 2017년에는 이보다 많은 243억원이라는 보수를 받았다.

금융권에서는 삼성생명의 김창수 전 사장이 64억3900만원을 수령했다. 김 전 사장은 퇴직금으로만 44억6800만원을 받았다.

CEO의 연봉은 기업마다 내부 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되기 어렵다. 다만 철저하게 성과에 연동했는지 여부는 판단이 가능하다.

우선 작년 보수에서 성과급 부분은 2017년 발생한 성과에 대한 부분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작년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급여와 성과급을 합쳐 35억원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13조721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며 영업이익 증가율은 400%를 넘어선다. 박 부회장의 급여도 2017년 받았던 18억9000만원에서 두 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성과 대비 후하게 받은 편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같은 SK계열사인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은 작년 35억60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이중 성과급은 23억5000만원이었는데 2017년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2016년과 비슷한 수준에 그쳤다.

SK텔레콤의 성과 보수는 이사회가 정하는 것인지 책정 기준이 모호하게 돼있다. 성과보수는 기준 연봉의 최대 250% 범위에서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급여가 12억1000만원인 박 사장은 정체된 영업이익을 거둔 가운데 성과급으로 사실상 최대치인 250%를 모두 받은 셈이다.

작년 영업이익 1조원 초반대를 기록한 기업들 중에서 LG생활건강은 차석용 부회장이 28억900만원을 수령했고,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은 16억4800만원, 허창수 GS건설 회장은 상여 없이 급여로만 25억원을 받는 등 천차만별이었다.

LG생활건강 차 부회장은 성과급으로 13억2000만원을 받았다. 차 부회장은 2017년엔 32억4400만원(성과급 18억1300만원)을 받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은 전년도 회사의 재무성과 및 회사의 중장기 기대사항 이행, 리더십, 회사의 기여도 등으로 구성된 비계량 지표를 평가해 연봉의 0%~150% 내에서 지급하도록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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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에 따라 연봉이 떨어진 경우도 있다. KT 황창규 회장은 작년 보수로 14억4900만원을 받았는데 이중 성과급이 8억6800만원이었다. 황 회장은 2017년(23억5800만원), 2016년(24억3600만원) 등 예전보다는 10억원가량 줄어든 보수를 받았다.

하지만 대체로 대표이사가 자신의 보수를 정하는 '셀프 성과급'은 지배구조의 한계를 보여준다.

은행, 보험, 카드, 증권 등 금융권에서는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이 24억4600만원(성과급 14억6700만원)으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다. 원 사장은 2017년에도 30억7700만원의 보수를 받아 금융권 현직 CEO 중 '연봉킹'을 차지했다.

삼성카드는 2016년 430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2017년 5056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 대비 12% 이상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 삼성카드는 목표인센티브와 성과인센티브 등을 운용중이며, 둘 다 대표이사가 정하게 돼있는데 원 사장은 사실상 자신의 성과를 최대치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CEO의 연봉은 재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초라해보인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보수 총액은 11억4900만원에 그쳤다. 윤종규 KB 회장도 14억3800만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17억5300만원이었다.

기업 오너 중에선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이 약 455억원으로 최고 보수를 받았다. 이 회장은 작년 23년간의 회장직을 내려놓으면서 코오롱,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등 임원으로 재직했던 계열사 등에서 거액의 퇴직금을 받았다. 오너들의 과도한 계열사 임원 겸직으로 인한 퇴직금 문제도 논란거리다.

하지만 기업 CEO들의 거액 연봉에 대한 무작정 비판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CEO 연봉에 대한 비판도 생산성 등 성과가 뒷받침 됐는지 확인한 후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CEO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개척자 정신이다. 모험과 투자를 두려워 하는 CEO들보다는 성취감을 가지고 결과에 책임을 지려는 CEO들이 많이 출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적절한 보수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다.

업계 관계자는 "CEO들의 판단은 인사·마케팅·전략 등 기업의 현재와 미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며 "CEO에 대한 믿음과 신뢰 등은 기업 주가나 미래 가치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CEO의 소득과 일반 직원의 소득 차이 심화는 소득 불평등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에 고액 연봉이 대중을 이해시키기 위해선 반드시 성과가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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