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요?] 지자체 금고 지정기준 변경, '쩐의 전쟁' 막을 수 있을까

행안부 개정안 내놔…협력사업비 비중 낮추고 금리비중은 상향
금리배점 높아졌으나 자금력 앞서는 시중은행에 여전히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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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지고 갖가지 서비스가 등장합니다. 정부 정책도 연일 발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소비자와 국민들을 겨냥한 이들 제품과 서비스, 정책이 정말 유용하고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정확히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계파이낸스는 기존 사용후기식 제품 비교에서 벗어나 제3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해보는 새로운 형태의 리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의 [그래서요?] 시리즈를 통해 제품·서비스·정책의 실효성과 문제점 등을 심층 진단합니다.<편집자주>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지난달 21일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금고은행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출혈경쟁을 막아보자는 취지입니다.

개정안은 협력사업비 배점을 낮춘 대신 금리배점을 높인 게 골자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이 금고은행을 따내기 위한 과당 경쟁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지역을 근거로 영업력을 유지해온 지방은행들은 바뀐 기준이 자금력을 앞세운 시중은행들에 유리한 방식이라고 우려합니다. 결국 돈 문제인데요. 금고지기 선정을 둔 갈등은 좀처럼 풀기 어려운 문제로 여겨집니다. 세계파이낸스는 행안부가 내놓은 지자체 금고지정 기준 개선안을 살펴보고, 은행권 내 금고 유치전 및 금고 선정에 어떠한 점이 고려돼야 할지 살펴봤습니다.

◇'쩐의 전쟁' 변질된 금고 입찰

행안부가 금고기정 기준을 바꾸고 나선 건 지자체 금고를 따내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이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지자체 금고 은행에 선정되면 지자체 예산 운용, 잠재 고객 확보 등의 이점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상승이라는 무형의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지자체 금고 쟁탈전은 최근 들어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엔 지역 네트워크가 탄탄한 농협은행을 비롯해 각 지방은행들이 해당 영업구역 소재 지자체 금고에서 우월적 지위를 누려왔습니다. 대체로 수의계약 형태가 많았던 데다 지역 내 실적, 지역민 편의성 등 평가항목이 농협은행이나 지방은행에 '썩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2012년부터 금고은행 지정방식이 공개입찰로 바뀌고 예치금 금리, 대내외 신용도 등의 비중이 높아지자 시중은행들이 공격적 영업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협력사업비를 높게 써내는 식으로 시금고 확보에 나선 것이죠.

한 예로 지난해 서울시 1금고를 따낸 신한은행은 무려 3015억 원의 협력사업비를 베팅하기도 했죠. 100여 년간 서울시 금고지기였던 우리은행은 2금고를 맡는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지난해 한 시금고를 수성한 한 은행 관계자는 "여타 항목별 배점에서 큰 차이가 없는 만큼 결국 협력사업비를 얼마나 써내느냐의 싸움"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자체 금고 쟁탈전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지난해 10월 광주 광산구는 심의위원회를 통해 1금고를 당초 농협은행에서 국민은행으로, 2금고를 국민은행에서 광주은행으로 변경했습니다. 하지만 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 심의워원 명단이 유출된 사실이 밝혀지며 은행과 지자체 간 소송전까지 벌어진 겁니다.

◇배점 변경, 출연금↓ · 이자↑…평가결과 땐 총점도 공개

행안부는 금고지정 기준을 변경하면서 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계획 배점을 현행 4점에서 2점으로 낮췄습니다. 대신 대출·예금금리 항목배점은 15점에서 18점으로 높였습니다. 출연금 규모 대신 낮은 이자를 내건 은행에 좀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겠다는 겁니다. 새로 마련한 지자체 금고지정 기준이 지자체 금고 유치과정에서의 은행 간 과당경쟁을 완화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금융기관의 역할을 확대할 거라는 게 행안부의 설명입니다.

또 출혈경쟁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협력사업비를 과다 출연할 경우, 지자체장이 행안부에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행안부는 조치가 필요한 경우 금융당국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감독체계도 마련했습니다. 협력사업비 규모가 은행 순이자 마진을 넘어서거나, 금고 선정 때 제안한 연평균 출연금 규모가 직전 금고은행의 약정기간 연평균 출연금 규모보다 20% 이상 늘어난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 자료=행정안전부

개정안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금융기관의 역할을 높이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금융위원회의 지역재투자 평가제도 도입에 따라 그 평가결과를 지자체 자율적으로 금고 선정에 반영 가능하도록 하고, '지점 수' 평가를 개선해 지역금융 인프라 항목에 대한 평가도 강화했습니다. 경영건전성은 양호하나 자산규모가 작아 신용평가에서 불리한 중소규모 은행을 고려해 신용도 평가방법도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또 앞으로 금고선정 평가결과 공개 시 금고 입찰에 참여한 금융기관의 순위와 총점까지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금고선정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입니다.

◇행안부 개정안, 과당경쟁 궁극적 해결책 못 돼

그렇다면 은행권은 행안부가 변경한 기준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요. 일단 지방은행들은 협력사업비 비중을 낮춘 데엔 대체로 공감을 표합니다. 이 같은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려는 정부의 노력도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자금력이 금고지정의 중요한 요소이겠지만 협력사업비 비중을 줄이기로 한 건 정부가 지방은행의 호소에 어느 정도 공감을 표한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이에 더해 국외기관의 신용도 평가의 배점이 6점에서 4점으로 줄어든 점도 지방은행의 불리함을 줄인 요소라고 지방은행들은 평가합니다.

다만 금리배점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자금력이 앞서는 시중은행에 유리한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을 거라고 염려합니다. 지방은행들은 지역 재투자 배점이 낮은 점에 대해 불만입니다. 한 예로 지방세입금과 납부편의에 부여된 배점은 각각 1점, 2점 줄었습니다.

시중은행도 개정안에 만족하지 못하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배점이 2점 높아진 지역 내 지점·영업점수는 아무래도 시중은행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되면 농협은행과 각 지방은행이 높은 점수를 얻기 쉬운 구조라는 얘기죠. 배점 5점을 차지하는 주민의견 수렴결과도 주관적 요소가 강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즉 지방은행과 시중은행 간 장단점, 경영전략 등이 각각 다르다는 점에서 완벽한 해결책을 찾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물론 은행 간 지자체 금고 쟁탈전으로 수혜(?)을 누리는 곳도 있습니다. 바로 지자체들입니다. 이들은 은행이 제시하는 협력사업비가 나쁘지 않습니다. 지자체의 쏠쏠한 재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개정안에 따라 금리 경쟁이 심해져도 마찬가지로 이득을 보게 됩니다.

경기도 내 한 지자체의 세정과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지자체가 은행을 위한 출장소 공간 등을 마련해줘야 하는 게 부담인 것 맞습니다. 하지만 여러 은행들이 높은 협력사업비를 제시하는 상황이 지자체 입장에선 세외수입 확보 차원에서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이민환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지역 금융기관의 역할을 좀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보자고 제안합니다. 이 교수는 "지역금융사가 지역에서 자금을 조달해서 이를 지역에 재투자하도록 유도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융사와 지자체의 상호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조례 등을 통해 금고 운용에 따른 수익의 일부는 지역에 재투자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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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또 다른 경제학 전공 교수는 "은행이 금고 선정을 위해 과감한 베팅을 하더라도 이 자금이 결국 해당 지자체 지역민들에게 돌아가기도 한다"며 "금고 선정 시 은행 간 경쟁은 자연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합니다.

올해 계약이 끝나는 광역 및 기초 지자체 금고는 각각 5개, 44개입니다. 이 중에서도 규모가 큰 대구·울산·충남·경북·경남 등 광역 지자체 금고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특히 은행들의 과도한 협력사업비 지출은 결국 금융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금융수수료 인하를 비롯해 예금금리를 높이거나 대출금리를 낮출 여력이 지자체 금고를 따내기 위한 돈으로 쓰일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을 바꾸고 나섰지만 구조적 요인을 고려하면 지자체 금고를 둔 논쟁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입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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