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교훈과 숙제 남긴 '2019 주총'

지난 3월27일 개최된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국민연금 등의 반대에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장영일 기자] 올해 주총에서도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은 구태들이 연출됐다. 의장의 안건 발의 이후 이에 동의하는 주주들의 발언이 이어지고 박수로 원안들이 대부분 처리됐다. 주최 측이 동원한 박수부대들이 주총장을 가득 메우는 경우도 허다했다. 한마디로 짜여진 각본에 따라 진행이 됐다.

KT 주총장은 주주들의 욕설과 고함으로 얼룩졌다. 의장의 의사 진행 발언마다 야유가 터져나오는 등 주총 시간 내내 볼썽 사나운 장면들이 이어졌다.

KT 주주총회는 이같은 소란 속에 40여분 만에 종료됐고, ㈜LG의 정기주주총회도 16분 만에 끝났다.

이같은 주총 진행방식에 주주들은 분통이 터질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할거면 주총 한다고 왜 불렀냐'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고성과 삿대길이 오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런 식이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해킹과 외국계 펀드들의 경영권 개입 위험 등의 우려에 전자투표 이용률이 낮은 편이다.

성숙하지 못한 일부 주주들의 주총 참여 태도 역시 아쉬움을 남긴다.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일부 주주들은 임직원을 주주의 '노예'로 언급하면서 지나친 갑질 행태까지 보여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하지만 적지않은 성과도 있었다. 대한항공 주총에선 조양호 회장이 경영권을 박탈당했다. 조 회장은 1999년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지 20년 만에 대한항공 경영권을 잃게 됐다. 오너 일가의 갑질로 피해를 본 주주들이 조 회장을 끌어 내린 결과였고, 재계에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했다.

또 일부 기업들은 그간 일방적으로 진행했던 주총을 주주들과의 소통을 위한 자리로 바꾸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올해 처음으로 박정호 사장과 각 사업부문장들이 지난 성과를 브리핑하며 비전도 함께 제시하는 등 주주 친화적인 모습을 보였다.

기업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경우도 많은 만큼 첨예한 갈등이 생길 수도 있고 주총장에서 질타와 고성도 오갈 수 있다. 하지만 한해동안 기업의 성과를 정리하고 향후 계획을 살펴본다는 점에서 보다 성숙한 자세가 요구된다.

기업들은 좋은 일이든 그렇지 않은 일이든 주주들에게 상세히 그 내막을 설명하고 설득을 구하고 좋은 의견을 반영해서 기업  경영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주주들도 주가하락 등 본인들의 이익에만 연연하기 보다는 기업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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