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여성기업 우대정책 악용한 각종 편법

창업자 가산점·공공기관 여성기업 제품 우선구매등 혜택 허점 노려
이름만 여성 CEO 걸어두는 중소기업 여럿…부작용 방지책 강구해야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현 정부 들어 여성기업, 즉 여성이 최고경영자(CEO)인 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강화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2%대에 그치는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여성 고위직 비중이 매우 낮은 편이다.

따라서 정부 입장에서는 여성기업을 지원하고 여성 임원 증대를 독려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여성기업 우대를 위해 창업사관학교 서류심사에서 여성 창업자에게 3점의 가산점을 준다. 특허권 또는 실용신안권 소유자(0.5점), 장애인(0.5점) 등보다 6배나 많은 가산점이다.

또한 모든 공공기관은 물품·용역의 경우 여성기업의 제품을 구매총액의 5% 이상 구매해야 한다. 공사의 경우 3% 이상 할당이 의무다.

특히 여성기업 제품을 많이 구매할수록 해당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에서 유리하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체 합동평가지표에도 여성기업 제품 구매비율이 반영된다.

올해 여성기업제품 공공구매 예산은 8조5000억원으로 책정돼 전년(7조3000억원)보다 16.4% 늘었다.

아울러 여성기업 전용 특별 보증 프로그램이 5000억원 한도로 신설돼 기술보증기금의 보증료 할인 혜택 등이 주어지고 있다. 여성기업 전용 벤처펀드도 900억원 추가 조성하기로 했다.

여성가족부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 투자 원칙에 여성 대표성 항목을 넣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민간기업에 여성 고위직 목표제를 도입한 뒤 해당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연기금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다.

가족친화기업 인증에도 여성 임원 비율이 반영됐다. 이는 여성 CEO뿐 아니라 여성 임원 비율을 전반적으로 높이기 위한 조치다.

그런데 여성기업 우대가 확대되다보니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실질적인 경영자가 있음에도 자신의 배우자 등을 CEO로 등재한 뒤 각종 혜택을 편취하는 방식이다.

한 중소기업 CEO는 “이미 다수의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배우자 등 친인척 중에 여성을 골라 CEO로 이름만 올린 후 혜택을 받아가는 편법을 쓰고 있다”며 “이들 기업에서는 CEO 직함을 단 여성이 회사 경영에 간여하긴 커녕 출근도 제대로 안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안재성 세계파이낸스 기자.
그는 “이런 상황을 내버려둘 경우 여성 CEO 등 여성 고위직을 육성한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게 된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여성기업 우대정책 시행시 해당 여성 CEO가 실제로 경영을 주관하고 있는지 아니면 ‘바지 사장’인지 구분해 지원해야 해야 한다. 여성 임원 비율에 따른 혜택을 줄 때도 사주의 친인척들을 대거 등용해 눈속임식으로 여성 임원 비율만 높인 건 아닌지 철저한 조사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나름 고군분투하고 있는 여성 CEO 기업들의 가치가 퇴색해질 수 있는데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도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좋은 정책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입안과 시행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검증 등 사후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seilen78@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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