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자본시장이 부동산보다 매력적이어야 한다

유동자금 자본시장 유도 위해 세제 개선해야
증권거래세 폐지·ISA 세액공제 혜택 추가 필요

안재성 세계파이낸스 기자.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못한 시중 유동자금이 11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사모펀드 관련 규제 완화 등 자본시장 개혁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이 이 정도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시중 유동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이려면 무엇보다 자본시장이 부동산보다 매력적이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부동산 불패 신화’가 지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위 ‘큰 손’들은 주식보다 부동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며 “이들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하려면 보다 파격적인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세제부터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주식 양도소득세의 대주주 요건은 과하다는 견해가 많다.

지금은 종목별로 지분을 1% 또는 시가총액 15억원 이상 보유할 경우 대주주로 분류하지만 이 조건이 2020년에는 10억원으로, 2021년에는 3억원으로 점차 강화된다.

게다가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와 직계존비속까지 포함해 주식 보유액을 따지기에 해당 규제에 걸릴 위험이 높다.

대주주의 주식 양도소득세는 1년 미만 보유 시 양도차익의 30%다. 1년 이상 보유식해도 20~25%의 세금을 내야 한다.

시가총액이 조 단위인 기업들이 여럿 있는 상황에서 고작 3억원어치의 주식을 소유했다고 대주주니까 세금을 내라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물가는 점점 오르는데 대주주 요건은 거꾸로 강화되는 것도 이상하다. 물가를 고려한다면 대주주 요건이 20억원 수준으로 완화돼야 할 것이다.

최근 나온 증권거래세 폐지 논의가 기획재정부 반대에 부딪혀 진지한 검토조차 없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는 점도 안타깝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익이 날 때뿐 아니라 손실이 날 때도 증권거래세를 내야 되는 건 이상하다”며 “증권거래세 폐지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상장주식 거래 시 0.3%, 비상장주식의 경우 0.5%의 증권거래세가 부과된다. 주식을 매매할 때마다 붙는 이 세금은 투자자들에게 무척 부담스럽기에 폐지하면 자본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기재부가 명확한 반대의사를 표명하면서 증권거래세 폐지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왜 최 위원장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자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검토할 계획조차 없음을 내비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재부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세수 감소를 염려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증권거래세로 총 4조7300억원을 거둬들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증권거래세 폐지가 꼭 필요하다”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도 연금저축처럼 세액공제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사 레버리지비율 규제 역시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현재 금융당국은 증권사 레버리지비율을 최대 1100%로 제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실 1000%만 넘어도 금융당국의 제재가 있기에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그 아래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말 기준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평균 레버리지비율은 719.6%에 불과하다. 이는 곧 국내의 모험자본을 축소시키는 결과로 연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벤처 및 중소기업을 지원하려면 모험자본이 필요하고 모험자본 육성에 가장 좋은 안은 증권사 레버리지비율 확대”라고 주장했다.

“자본에는 국경이 없고 도덕성도 없다. 자본가가 원하는 건 오직 이익뿐이다”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지적은 자본의 속성을 정확히 상징한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이익만 보장해주면 시중 유동자금을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 볼 때 세수는 아주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정부가 시장 활성화는 도외시한채 세금에만 집착할 경우 그 시장은 더이상 커질 수 없다. 투자자 또한 별다른 투자 유인이 없는 상황에서 시장을 외면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한단계 더 성숙된 모습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 혁파와 함께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seilen78@segyefn.com
ⓒ 세계파이낸스 & segyef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