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한샘, 정규직 전환후에도 뒷말 무성한 까닭은

  

한샘 본사 사옥. 사진=한샘

[세계파이낸스=유은정 기자] '타이레놀 사건'은 기업의 위기관리를 논할 때 주로 나오는 사례 중 하나다. 1982년 미국에서 누군가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주입해 7명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타이레놀의 생산 기업이었던 존슨앤드존슨은 회사의 잘못이 아니었지만 타이레놀 캡슐이 든 병 3100만개를 모두 수거하고 고객에게 제품을 무료로 교환해줬다. 리콜 사례가 드물었던 당시 이례적인 조치로 평가받았다. 

뿐만 아니라 자사 광고를 멈추고 범인을 조속히 잡기 위해 1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거는 등 기민하게 대응했다. 결론적으로 기업 이미지가 더욱 좋아져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기업에 위기가 닥쳤을 때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 역시 지난해부터 이런저런 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께 한샘의 신입 여직원이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지난 1월 교육 담당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회사 측에서 사건을 덮으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알려지면서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분노했고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졌다. 결국 최양하 한샘 회장이 사내 이메일을 통해 피해자의 측에 사과를 했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에는 신입 수시 채용 공고 모집을 내면서 '계약직'이라는 사실을 표기하지 않고 1차 면접이 끝난 뒤 이러한 사실을 알려 이른바 '채용 갑질 논란'이 일어났다. 이후 한샘은 수시 채용에서 최종 합격한 지원자 모두를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바꿔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여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내부적으로도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직원들의 반발까지 나오자 한샘은 120여 명에 달하는 기존의 계약직 전원을 8월 1일부로 조건 없이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정규직 모두 전환이라는 대승적인 결정을 내렸음에도  아직까지 잡음이 계속 나오고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불만의 목소리가 꾸준하게 나온다. 


다양한 업무 영역이 존재하는 회사 내부에서 기존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 신입 정규직, 그리고 기존의 정규직까지 혼재되면서 직급·연봉 등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규직 전환이후 나름의 기준과 절차에 따른 인사 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입사가 오래되거나 직급이 높은 사람입장에서 볼 때 되레 차별을 받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또 인사팀에서 일부 직원들에게 직군 변경을 요구하면서 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직원들끼리도 회사를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면서 내부적으로 균열이 커지고 있다.

한샘은 여러 차례 위기 속에서 얼핏보면 최선의 노력을 다한 듯 하다.  기업 오너가 나서 사과를 하고 계약직 채용 문제가 불거지자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은 눈앞의 위기를 덮기 위한 임시방편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여론의 눈초리를 피해 급하게 대책을 내놓고 시행하다가 정작 내부 조직원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꼴이 됐다. 전환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다면 시간이 들더라도 충분히 이해시키고 동의를 받았어야 했다. 

한샘의 한 직원은 "회사는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덮는 데 급급해 그럴듯한 대책을 내놓지만 정작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조직원의 의견을 듣고 소통하는 데 소홀하다"며 "외부의 시선은 의식하면서도 내부 목소리는 듣지 않고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하소연했다. 정규직 전환이라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뒷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은정 세계파이낸스 기자
사실 앞서 불거진 위기는 여론의 뭇매를 맞기 전 일찌감치 해결될 수 있었던 사안들이다. 성폭행 사건의 경우 사내 신고가 있었을 때 면밀히 조사하고 이에 맞는 인사 조치를 내렸어야 했다. '채용 갑질 논란' 역시 제대로 된 채용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점을 알았을 때 지원자들에게 사과하고 잘 대응했다면 폭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눈 앞의 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임기응변식 위기 대응은 탄로나기 마련이다.  시간이 걸리고 조금 먼 길로 돌아가더라도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합의점을 찾는 것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소비자들도 한번 등을 돌리게 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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