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승의 커피人사이트] '공정무역 개척자' 아름다운커피

저개발국 커피생산자에게 적정 가격 지불…지속적 거래로 자립 도와
성장 정체 속 시장점유율 미미…"핵심 소비자 확보 노력 지속할 터"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사무처장.

''빈곤을 심화시키는 불평등한 무역구조를 바꾸는 수단''.

비영리 재단법인 ''아름다운커피''는 공정무역에 대해 이 같이 정의한다. 이 단체는 국내 최초의 공정무역커피 브랜드로서, 원유(原油)에 이어 전세계 교역량 2위인 커피를 통해 환경친화적이면서도 건강한 생산자-소비자간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20일 서울 불광동 서울혁신파크 아름다운커피 사무실에서 만난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사무처장 겸 영업본부장은 "윤리적 소비를 통해 빈곤에 시달리는 저개발의 생산자들의 자립을 돕자는 게 아름다운커피의 핵심 가치"라고 힘줘말했다. 한 사무처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그간 커피를 통한 국내 공정무역운동 발자취를 살펴보면서 향후 공정무역커피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구상을 소개했다.

◇ 커피를 통한 공정무역 운동

아름다운커피의 출발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2년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는 정책실을 통해 처음 공정무역을 기획하다가 이듬해 공정무역에 기반을 둔 수공예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사업아이템을 식품분야로 바꿨고 지난 2006년엔 국내 최초의 공정무역 원두커피인 ''히말라야의 선물''을 출시했다. 아름다운커피는 2014년 공정무역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독립했다.

성과도 적지 않았다. 아름다운커피가 거래기반을 구축한 커피생산국은 네팔, 인도네시아, 페루, 과테말라 등 10개국으로 증가했다. 총 누적 거래량(법인분리 전 포함)은 지난해 말 기준 676t까지 성장했다. 국내에서 아름다운커피 원두를 사용하는 곳은 직영매장 4곳, 주요 기업체 30곳 등을 포함해 약 500곳이 넘는다.

한 사무처장은 "아름다운커피는 저개발국의 커피생산자에게 적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장기간 거래를 통해 생산자湧?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갖추도록 돕는다"며 "유기농재배나 그늘재배 등 환경친화적 생산방식을 통해 지속가능한 재배환경을 유지하는 걸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산자들과 장기적인 관계를 이어가는 게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수확된 커피의 품질에 다소 문제가 생기더라도 꾸준한 파트너십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커피생산국 네팔의 굴미와 신두팔촉 지역에서 보낸 1년간의 활동도 소개했다. 한 사무처장은 "자립을 위한 적정한 커피값을 치르고 커피수확기 전 선급금을 지불한다는 점에서 생산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며 "커피재배법이나 시장과 관련한 교육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 곳은 지난 2015년 네팔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였지만, 공정무역을 통해 훗날 지역공동체가 재건되는 성과도 이뤄냈다.

아름다운커피는 공정무역을 통해 대형 커피업체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한 사무처장은 "(공정무역) 커피 한 잔으로 당장 세상을 바꿀 순 없다"면서도 "하지만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행태는 대형·글로벌기업의 태도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일례로 광주광역시 소재 한 홈플러스 매장은 "공정무역으로 거래되는 초콜릿을 판매하라" 한 학생의 제안을 수용, 이를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아름다운커피는 공정무역운동을 통해 생산자협동조합과의 상생은 물론 불합리한 무역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아름다운커피 불광동 사무실 밖. 사진=오현승 기자.

◇ "핵심 소비자 늘려 공정무역 저변 넓힐 터"

아름다운커피는 커피 씨앗에서부터 소비자가 마시는 한 잔의 커피까지 전 단계에 관여한다. 중간상이 과도하게 챙겨가는 유통과정상의 이윤을 생산자에게 직접 되돌려주기 위해서다. 痔?직영점 4곳의 인력까지 더해 전체 35명의 직원들이 기획, 무역, 재무, 영업, 마케팅, 상품화, 판매 등의 업무를 전부 맡고 있다.

다만 아름다운커피가 가야할 길은 결코 녹록지 않다. 4~5년 전부터는 국내 공정무역운동이 정체기에 접어든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아름다운커피의 매출액은 지난 2014년 23억2000만원, 2015년 25억7000만원, 지난해 24억원으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단순히 지난해 국내 생두수입액은 4억2000만 달러(한화 약 4800억원)에 견줘봐도 그 비중이 미미하다.
아름다운커피 직영 매장 경복궁점. 사진=오현승 기자

이날 인터뷰에 배석한 이혜란 아름다운커피 옹호사업팀장은 "공정무역은 다소 비싸더라도 생산자에게 적정한 대금을 지급하는 점을 강조하는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이 같은 윤리적거래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또 "일반 커피시장에 견줘 시장에서 의미있는 단계에 올라서지 못한 상태다 보니, 거시경제적요인에 쉽게 흔들린다"며 "공정무역 이외의 장애인이나 소외계층을 돕기 위한 또 다른 사회적가치를 지향하는 제품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공정무역이 위축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실제 아름다운커피에 기부되는 금액 또한 개인기부보다는 정부지원사업의 비중이 더 크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무역커피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아름다운커피의 노력도 감지된다. 아름다운커피는 온라인몰에서 원두 정기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소비자의 구매편의성을 높이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 사무처장은 "공정무역커피의 맛과 가치에 공감하는 소비자들에게 로스팅한 지 얼마되지 않은 신선한 원두를 정기적으로 배송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커피가 갖는 여러 측면 중에서 공정무역의 가치에 주목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 사무처장은 "스페셜티커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한 저가커피 등 각각의 커피가 소비자들에게 손짓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맛, 품질 또는 가격보다도 더욱 소중한 가치가 있는 만큼 공정무역커피를 잘 이해하는 핵심 소비자를 늘려나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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