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업체들, 미국 NTC위원장 발언에 초긴장

나바로 위원장 "삼성·LG전자 관세회피 위해 해외로 생산지 옮겨"
업체 "미국 관세 위협과 환율, 원자재 등을 고려한 결정" 반박

삼성전자와 LG전자가 7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무역 정책 총괄인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으로부터 ''무역 부정행위'' 기업으로 지목을 당하자 잔뜩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국 기업의 이름이 문제 삼아 거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발언의 진위와 파장을 파악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나바로 위원장은 이날 전국기업경제협회(NABE) 총회 연설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관세 회피를 위해 해외로 생산지를 옮겨 다니고 있다며 이를 ''무역 부정행위''로 규정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미국의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아일랜드와 베트남, 중국, 한국, 대만, 스위스, 인도 등 16개 국가들이 과도한 대미 무역흑자를 보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그의 이번 발언이 특별한 근거나 특정 업체에 대한 의도를 갖고 나온 발언이라기보다는 이전부터 강조해온 미국 무역적자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나온 사례로 해석되고 있는 분위기가 강하다.

나바로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미국 가전업체 월풀의 세탁기 피해 사례에서 나왔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 1월 중국에서 만들어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정용 세탁기에 각각 52.5%와 32.1%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는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2015년 12월 삼성·LG전자가 중국산 세탁기를 미국 시장에 덤핑 판매해 자국 제조산업에 피해를 주고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며 진정을 낸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삼성·LG전자는 관세부과가 실제로 부과되기 전인 작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세탁기의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옮겼다. 미국의 관세 위협과 함께 환율, 원자재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나바로는 이를 마치 한국 업체들이 미국의 관세를 피해 다니면서 혜택을 본 것으로 인식한 듯 보인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상황과 필요에 따라 종종 글로벌 생산기지의 물량을 조정하고 있는 만큼 국제 통상규범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프럼프 정부의 이같은 압박에 대해 한국 기업들은 이에 화답하는 모양새다.

특히 LG전자는 미국에 세탁기 생산공장을 신설하기로 하고 최근 테네시주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LG전자는 2010년부터 검토해온 사안이라 설명했지만 MOU 체결 시점은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미국 내 가전 공장 용지를 물색 중인 삼성전자 역시 작업을 좀 더 서두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임정빈 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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