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마진 '햇살론'…고민 깊어가는 저축은행

햇살론 취급 금액 6조487억3500만원 전체의 57.4%
많이 취급할수록 역마진…"분담금 부담크다" 하소연

 

서민들에게 연 10% 미만의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 을 놓고 저축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저축은행은 금융당국에서 강조하는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취급하면 할수록 부담으로 작용하는 ''실리''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14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저축은행의 햇살론 취급 건수는 681억7900만건으로 58%, 금액은 6조487억3500만원으로 57.4%에 이른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이 5921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JT저축은행이 4018억원, SBI저축은행이 3416억원이다.

햇살론은 정책금융상품으로 신용등급이나 소득이 낮아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서민에게 서민금융진흥원의 보증지원을 통해 대출을 지원해주는 상품이다.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의 서민을 대상으로 7~9%대 이자로 최고 15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농협과 수협, 신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에서 취급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새마을금고,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 햇살론을 취급하는 타 금융기관에 비해 햇살론을 가장 많이 취급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저축은행들이 제로마진 혹은 역마진 구조로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햇살론 금리 9.5%에 저축은행 평균 조달금리 2%와 예금보험료 0.5%, 운영을 위한 인건비 1%, 모집법인들에게 주는 수수료 3~5%를 떼고 나면 1%가 겨우 남거나 제로마진이다. 특히 햇살론 모집법인 수수료와 부실률에 따라 역마진도 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분기별로 누적취급액을 산출해 취금금액의 0.95%를 추가출연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햇살론을 취급하는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책금융상품은 금융기관이 마진을 남기는 상품이 아니라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위해 만든 상품인데 역마진을 내면서 상품을 판매하라고 해서 할 수 없이 제로마진에 가깝게 상품을 만든다"며 "햇살론은 평균 0.3~0.4% 정도 남아 상품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햇살론을 많이 취급할수록 역마진이 나는 구조다 보니 저축은행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을 강조하다보니 정책금융상품을 취급 안 할수도 없고, 계속 취급하자니 분담금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더욱이 향후 햇살론이 중단될 경우 관련 인력 재배치도 만만치 않은 문제다.

햇살론의 재원은 2020년까지 확보돼 있는 상태다. 만일 정부가 2020년 이후 햇살론 정책을 지속하지 않겠다고 하면 중단되는 사업이다. 햇살론을 많이 취급하는 저축은행들은 대부분 햇살론 취급을 위해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충원했다. 

300명 규모의 A저축은행의 경우 20%에 해당하는 60명이 햇살론 관련 인원이다. 500명 규모의 B저축은행의 경우 이 중 22명이 햇살론 관련 인력으로 배치돼 있다. 일부 정규직도 있지만 절반 이상이 고객 상담을 하는 계약직이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햇살론을 담당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어둔 저축은행 입장에서 햇살론이 사라지면 관련 인원들을 어떻게 할 지도 고민"이라며 "특히 계약직의 경우 계약 연장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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