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트] 적폐 청산과 정책의 지속성 - 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 세계일보 -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정권이 바뀌었음을 실감하는 뉴스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총리 후보자 등을 소개하고, 참모들과 셔츠 차림으로 커피를 들고 산책하고, 청와대 직원들과 같이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 등은 보기에 신선했다.
     
    또 청와대 참모진 등의 인선에서도 비록 같은 당이긴 하지만 대선에서 경쟁했던 후보의 측근들을 기용함으로써 자기 사람들 중심으로 채웠던 과거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문 대통령의 행보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한편으로 문 대통령은 세월호와 정윤회 관련 문건사태를 재조사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검찰을 정치적으로 독립시키는 개혁을 주창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검찰에 수사 지시를 내리는 것이냐는 비판을 받는 등 혼선을 거친 끝에 청와대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문 대통령이 선거기간에 적폐청산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이를 계기로 과거 정권의 핵심들을 손보려는 수순이 아니냐는 시선이 없지 않다.

    9년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진 만큼 사회 전반의 큰 변화와 개혁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 과정에서도 적폐용어를 들러싸고 논란이 있었듯이 개인적으로 국민 통합을 외치는 대통령이나 정부가 구사할 용어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사전적 정의를 보면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라는 뜻이다. 적폐로 몰린 집단이나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그들로서는 결사적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고 그럴수록 적폐 청산은 힘들어지게 된다

    아마도 적폐 청산이라고 하면 과거 정권이나 사회 주도 계층의 불합리하거나 잘못된 관행이 타깃이 될 것이다. 현 정부가 본격적으로 적폐 청산에 드라이브를 걸게 되면 지난 9년간 정권을 잡았던 자유한국당 및 바른정당과 부딪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개혁입법 처리 등에서 야당의 협조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의석은 120석으로 과반에 훨씬 못미쳐 독자적으로는 어떤 법안도 처리할 수 없다. 더구나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두 당의 의석을 합치면 재적의원의 40%를 넘음)이 모두 반대할 경우 쟁점법안을 직권상정해 처리할 수 없다. 정권 교체를 한 만큼 이전 정권과는 확실한 선을 긋고 싶겠지만 이같은 사정으로 인해 섣불리 나섰다가는 국정과제 수행이 헝클어질 수도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직전 정권의 대통령과 실세였던 비서실장, 민정수석, 실세장관 등이 구속됐거나 재판에 회부됐고 당시의 잘못된 행태가 모두 까발려진 상태여서 본격적인 적폐청산에 나선다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큰 감흥을 주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크게 히트한 영화의 후속작이 대부분 인기를 얻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적폐 청산이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앞세우기 보다는 분야별로 필요한 개혁과제를 하나씩 실천해 나가고 주도세력을 교체해 나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오히려 그것이 진정한 적폐 청산이 아닐까.

    또한 역대 정부들은 출범하면 으레 이전 정부의 역점사업을 용도폐기하거나 문제점을 들춰내 깎아내리곤 했다. 5년마다 정부 부처가 개편되는 일이 반복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다보니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의 개혁정책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흐지부지 된다는 생각에 버티기 일쑤다.
     
    당장 박근혜 정부에서 공공기관 개혁과제의 하나로 밀어부쳤던 성과연봉제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라 용도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당시 정부 독촉에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던 공공기관이나 성과연봉제 도입의 당위성을 역설했던 정부 관계자들로서는 머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 5년 단임제 체제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의 주요 정책을 뒤집는다면 국가적인 낭비일 뿐아니라 정부 정책의 신뢰성이 크게 훼손된다. 개혁정책으로 피해를 보는 계층이나 집단들이 몇 년만 버텨서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변경될 수도 있다고 기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개혁정책은 더욱 큰 저항에 부딪칠 수 있다

    따라서 현 정부는 정권 교체를 이뤘다고 무조건 보수정권의 정책을 지울 것이 아니라 공과를 냉정하게 평가해 계승할 것은 계승하고 개혁할 것은 개혁하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개혁정책의 추진력을 높이는 한 방법이다.

    정호원 세계미디어플러스 본부장 jh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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