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저금리 시대일수록 '투자 원칙' 지켜야 - 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 세계일보 -
김연준 KEB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지점 골드PB부장 "장기·분산 투자 및 지속적 관심 필요"
  • 김연준 KEB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지점 골드PB부장
    자산관리 상담을 하다가 종종 난감한 요구를 하는 고객을 만나곤 한다. “나는 큰 욕심 없다. 그냥 원금이 보장되고 연 5% 정도 수익만 나면 된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무위험 수익이라고 할 수 있는 예금금리 보다 3배를 넘는 수익을 받으면서 위험이 없기는 힘들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과거 고금리 시절의 기억을 갖고 있거나 말과는 달리 ‘욕심이 작지 않은’ 케이스가 많다.

    최근 세계적인 저금리 추세와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돈을 가지고 돈을 버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가격이 올라가는 자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부 자산은 유동성의 힘으로 저점 대비 2~3배 이상 급등하여 동참하지 못한 사람들의 속을 상하게 하고 있다.

    이런 여파로 이제껏 믿어왔던 자산관리의 방법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경우도 발생하곤 한다. 일정한 자산에 장기투자하거나 정기적립 방식을 통해 평균수익을 높이는 방법이 최근 몇 년간 통하지 않은 탓이다. 분산투자 보다 집중투자가 오히려 높은 수익을 주기도 하는 등 일반인들은 자산관리 방법을 바꿔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일반적인 투자방법을 바꾸기보다 저금리 상황에서 자산을 운용함에 있어서 좀 더 ‘가격’과 ‘가치’를 고민해 본다면 시장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인다.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 ‘가격’이지만 ‘가격’이 항상 ‘가치’와 같지는 않다. 엉뚱한 소리 같지만 우리가 투자를 할 때는 지금 가치보다 가격이 싸면 사는 ‘현재가치’에 투자하거나 미래에 오를 것을 예상하는 ‘미래가치’에 투자를 하게 된다. 여기서 나타나는 ‘가격’과 ‘가치’의 차이는 고금리 때와 저금리 때의 상황에서도 확연히 달라진다.

    투자를 하거나 어떤 자산을 살 때, 우리가 익숙해 있던 고금리 인플레상황에서는 ‘가격’이 ‘가치’보다 먼저 오르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다.

    1만원으로 1000원을 벌고 싶을 때 금리가 5%일 때는 2년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금리가 2%이면 무려 5년의 기간이 걸리게 된다. 만약 2년 안에 달성하고 싶다면 원래보다 변동성이 큰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저금리 하에서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전반적인 가격의 상승이 늦게 나타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저금리 하에서도 ‘가격’ 상승이 늦어진 것 일뿐 ‘가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처럼 금리가 낮거나 성장이 더딜 경우에는 좀 더 느긋한 마음으로 자산을 바라보는 것을 권유하고 싶다.

    미래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판단되는 자산을 찾았다면 투자 시간을 여유롭게 잡고 실행할 수 있다. 또 불황기를 못 이겨 현재 가치 대비 가격이 많이 내려간 자산이 보이면 더 떨어지기를 바라기보다 원래 가격으로 올라갈 때를 기다리며 조금씩 사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

    재건축아파트나 몇 년 후 지하철역이 들어오는 아파트단지는 ‘미래가치’가 우수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다. 주식시장에서는 최근 4차 혁명 관련주에 대한 투자가 그 예가 될 것이다.

    ‘현재가치’ 투자의 예로 지난해초 유가가 29달러 아래로 떨어졌을 때 20달러까지 가기를 기다리기보다 다시 40달러로 오를 것이라라는 마음으로 분산투자를 했다면 뜻하지 않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이는 특이요인으로 가격이 낮아진(가치가 높은) 자산에 투자한 경우이다.  또한 거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부동산이 급매로 나오거나 주가가 단기적으로 급락하는 경우에 현재가치를 보는 투자가 가능하다.

    ‘미래가치’에 투자할 때는 사실 투자의 대상을 정하기 어렵고 ‘예측’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물론 전문가의 예측도 틀리는 경우가 있지만 혼자 생각할 때보다 불확실성을 크게 줄여 줄 것이다.

    일반인들로서는 ‘현재가치’ 대비 저렴한 것을 찾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 이런 투자는 평소에 주변에 있는 자산이나 투자할 수 있는 자산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공부하면서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터무니없이 가격이 낮은 물건은 좀 더 조심해야 한다. ‘싼 건 이유가 있다’고 하는데 누구에게나 싼 물건이 나한테만 오는 행운은 시장에서는 쉽지는 않다.

    따라서 평소에 잘 알아보고 관심 있게 봐두고 있어야 한다. 홈쇼핑에서 ‘오늘 하루만 대박세일’이라던가, 처음 간 부동산중개소에서 갑자기 나온 ‘급매’라는 말을 믿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의 고객 중에 부동산으로 큰 자산을 이룬 뒤 목돈이 생기면 그 금액에 맞게 다시 부동산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한 달에만 전국의 부동산 중개소 수십 군데를 가곤 한다. 전문가에게 추천을 받은 부동산 중에서 가격이 저렴한(또는 가치가 있는) 것을 고르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매우 적다.

    또한 주식 투자를 1년에 한두 번만 하고도 매일 모니터를 보는 투자자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는 고객도 있다. 다들 자신만의 원칙을 가지고 성급하지 않게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기간을 여유롭게 잡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기회를 찾는 것이 저금리시대의 대처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 세계닷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