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래전략실 폐지…선단식 재벌경영 탈피하나 - 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 세계일보 -
그룹화 이후 최초로 사령탑 폐지…이번 조치로 국민 신뢰 얻을지 관심
  • 사진=연합뉴스

    삼성은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사태와 관련, 전면적인 경영쇄신안을 통해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미전실)을 공식해체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삼성은 그룹 체계를 갖춘 이후 처음으로 계열사별 독자경영의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등으로 정경유착의 의혹을 받아온 삼성이 이번 조치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벗어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삼성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 공식 해체

    삼성은 미전실의 기능은 모두 계열사로 이관하되, 대관 조직을 폐지하고 관련 업무도 아예 없애기로 했다. 미전실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비롯해 7개 팀장은 모두 사임한다.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부문 사장(승마협회장) 역시 삼성전자와 승마협회에서 모두 물러나고 승마협회에 파견된 임직원들 역시 소속사로 복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1959년 창업주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 비서실에서 출발한 미전실은 5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총수 직속 조직인 미전실은 비서실에서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구조조정본부(구조본)로 이름으로 바꿨고, 2006년 이른바 'X파일' 사건으로 불법 정치자금 조성과 증여가 드러나자 전략기획실로 이름을 바꾸고 규모를 줄였다.

    2008년에는 '삼성특검'으로 수조원대 차명계좌 운용 등 불법행위가 드러나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기소된 뒤에는 경영쇄신안이 나오면서 전략기획실도 해체 운명을 맞았지만 2010년 전략기획실을 부활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삼성이 미래전략을 폐지와 함께 자율경영 체제를 표방, 앞으로 '삼성그룹'이란 이름도 더 이상 쓰지 않는다.

    권한이 계열사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미전실이 주도했던 그룹 사장단 회의와 연말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간부 승격자 교육, 신입사원 연수 등의 행사도 모두 없어진다.

    그룹 신입사원 공채는 올해 상반기를 마지막으로 계열사별 공채로 전환될 전망이다. 

    ◇ 계열사별 경영체제·전문경영인 체제 실험장되나

    삼성은 공식적으로 "미전실 해체에 따라 삼성의 각 계열사들은 앞으로 자율경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가 독자적·자율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에 따라 경영을 해나간다는 의미다.

    이는 그룹의 사령탑이 비공식적으로 의사결정에 관여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방식에서 벗어나는 만큼 일단 각 계열사가 책임과 권한이 명백한 투명 경영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동안 선단경영으로 세계적 기입이 된 삼성으로서는 각자도생식 경영은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우려도 많다.

    이와 관련, 삼성은 앞으로 전체적인 사안이 발생할 경우 3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을 중심축으로 한 계열사들이 함께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삼성그룹의 전 계열사들이 헤쳐 모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재계 일각에서 사령탑이 없이는 앞으로 중요한 사안을 신속히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빠른 판단과 실행력,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덕분에 삼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자들보다 한발 빠른 대응에 나설 수 있는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전략적 인수·합병(M&A)에 대한 조율 기능, 계열사 간 임직원 전환배치, 계열사 간 업무 분장·조정, 강력한 감사·경영 진단 시스템 등도 미전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들이다.

    특히 반도체와 LCD 등 대규모 투자가 일어나야 하는 상황에서 시기를 놓칠 가능성도 적지 않아 숙제로 남는다.

    ◇ 미전실 해체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있을까

    삼성그룹의 경영쇄신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시일이 꽤 걸릴 전망이다.

    삼성으로서는 뚜렷한 후속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사열탑인 미전실 해체를 전격적으로 단행,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최대한 보인 셈이다.

    하지만 1938년 삼성상회로 출발한 이후 79년간 정경유착, 비자금 조성, 부당한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한 '흑역사' 여러 차례 반복된 가운데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과 관련한 의혹은 과거의 스캔들 못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분노가 삼성으로 번졌고 매주 열리는 박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이 부회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구호가 등장한 바 있다.

    주력기업인 삼성전자는 작년 한 해 매출 200조원, 영업이익은 30조원에 이르는 등 국내 기업 중 독보적이며 반도체, 스마트폰, TV 등 제품은 세계최고로 꼽힌다. 더욱이 대내외적 이미지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왔고, 각종 사회공헌 활동에도 많은 자원을 투자했다.

    그럼에도 이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혹은 '존경받는 기업'으로는 순위조차 오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삼성이 내놓은 혁신안을 얼마나 실천할지 여부가 앞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임정빈 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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