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스루 400개 시대<下>] 보행자 보호 '빨간불' - 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 세계일보 -
DT매장 이용자 49.2% "사고위험 느껴"…학교옆 매장 서울 10곳 넘어
과속방지턱 갖추지 못한 곳도 60%…사고예방 위한 제도 보완 뒤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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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드라이브 스루 매장(DT매장)이 수 년 새 빠르게 늘고 있지만 보행자를 위한 안전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차량이 보행로를 가로지를 수 밖에 없는 DT매장의 구조 탓에 곳곳에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실정이다.

    보행권 보장을 위해선 DT매장을 운영하는 주요 사업자의 사고예방 노력에 더해 이를 제어하기 위한 법적 제도가 완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보행자 절반, "DT매장서 위험 느껴"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8월 내놓은 설문 결과에 따르면 DT매장 이용자의 49.2%가 사고 위험을 느낀다고 답했다. 소비자원이 지난해 3월 서울 13곳, 경기 12곳, 인천 8곳 등 수도권 소재 곳의 DT매장 33곳을 조사해보니, 전체 27%는 매장 진출 시 건물, 담벼락 등으로 가로막혀 시야확보가 불량했다. 말뚝('볼라드')이나 과속방지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은 60%나 됐다.

    이는 안전관리와 관련한 법령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 도로의 점용허가에 따른 안전사고 방지대책을 규정한 현행 도로법 시행령 제58조 제2항을 보면 공사를 진행할 때에 공사 중임을 관할 경찰관에 알리고 안전펜스, 안내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보행자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공사 중'인 도로에만 한정돼 있어 이미 운영되고 있는 DT매장엔 해당사항이 없는 셈이다.

    아동 보행자의 이동이 잦은 학교 주변에 DT매장이 들어서는 것도 문제다. 현재 서울 시내에만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학교 경계선으로부터 200m까지) 내 위치한 DT매장만도 10곳이 넘는다.

    한 어린이 보행자가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DT)매장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오현승 기자.

    실제 일부 사업자들은 도심에 DT매장을 여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맥도날드는 지난 2014년 서울 흑석초등학교 근처에 DT매장을 신설하려다 학부모들의 반대로 입점 결정을 최종 철회했다. 이듬해 스타벅스도 서울 신월초등학교 근처에 DT매장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차량 출입구 조정, 등하교 시간 안전요원 배치 등 학부모들의 요구 조건을 이행하기로 약속한 후에야 매장을 열었다.

    소비자원 측은 "차량통행이 많은 점심시간 대에는 연결도로에 차량이 대기행렬을 이루며 보행로를 가로막아 보행자의 동선과 상충돼 사고 위험성이 있다"며 "스쿨존에 위치한 매장의 경우 학교 등·하교 시간대에 어린이 보행자가 많아 매장별 상황을 감안해 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 정부·국회, 보행권 강화 움직임…"사업자 인식 개선 선행돼야"

    이런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에서 보행자의 안전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보행자 안전강화를 위한 방향으로 시행령 개정을 준비 중이다. 국토부는 현재 중요한 도로에 대해서는 '도로와 다른 도로 등과의 연결에 관한 규칙'을 시행하고 있다. 국토부 도로운영과 관계자는 "공사 중 안전관리에 관한 내용은 도로법상 명확히 규정돼 있지만, 운영 단계에선 미흡한 수준이란 여론이 있다"며 "이르면 상반기 내 (DT매장 등) 운영단계에서 보행자 대상 안전시설 설치를 강화하는 내용을 도로법 시행령에 담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2014년 8월 국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동 보행자의 교통안전과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학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학교주변 200m 이내의 학교 환경위생 정화구역 안에서 DT 형태의 시설 설치를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제19대 국회가 임기 만료로 끝나면서 해당 법안도 자동 폐기됐다. 진 의원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교 주변에 DT매장 설치를 막는 내용의 법안을 다시 준비 중"이라며 "이르면 다음달 중 관련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DT매장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안전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미래전략연구처장은 "DT매장은 차량이 보행로를 침범하는 과정에서 보행권이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차량 대기행렬에 따른 정체까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강 처장은 이어 "해외의 경우 DT매장의 외부 공간이 넓을 뿐만 아니라, 도심엔 DT매장이 잘 들어서지 않는다"며 "국내 사업자들의 인식이 DT매장 도입 초창기에 비해선 개선되고 있지만 과속방지턱, 알림표지 및 반사경 등을 두는 식으로 사고예방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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