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들 사금융으로 내몰리나…저축은행 건전성 강화 - 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 세계일보 -
2분기부터 대출심사·충당금 기준 은행 수준으로 상향
자금조달 어려운 서민들 불법사채에 노출될 가능성 커
  • 사진=연합뉴스
    올 2분기부터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기준이 은행 수준으로 강화되면서 저축은행업계의 대출 심사 강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저축은행 대출심사에서 탈락한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들이 고금리의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으로 대거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내년부터는 충당금적립 기준 역시 은행 수준으로 강화돼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사들의 영업환경 역시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8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은 올 2분기부터 적용되는 자산건정성 분류기준 강화에 따라 대출심사를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이 강화되면 대출 심사 강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시중은행 이용자들보다 저축은행 이용자들이 상대적으로 연체위험이 높은 사람들이 많다보니 은행과 같은 수준으로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이 강화되면 소득이 높고 신용도가 좋은 사람들에게만 대출이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분류기준 및 충당금 적립기준을 은행과 상호금융 수준으로 강화하는 감독 규정 개정을 예고했다.

    저축은행은 자산건전성 분류를 기존 연체기간 2, 4개월에서 은행 및 상호금융과 동일한 수준인 1, 3, 12개월로 변경해야 한다.

    연체판단기준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구분한다. 그동안 저축은행은 2개월 미만 연체를 정상으로, 2~4개월을 요주의, 4개월 이상 연체를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구분해왔다. 이를 은행 수준으로 강화하게 되면 1개월 미만은 정상, 1~3개월은 요주의, 3개월 이상은 고정·회수의문, 12개월 이상을 추정손실로 구분해야 한다.

    내년부터는 이 기준을 바탕으로 은행과 같은 수준으로 충당금 적립률을 쌓아야 한다. 특히 금리 20% 이상의 고위험대출에 대해서는 일반대출 대비 20%를 추가 적립해야 한다.

    저축은행들은 강화된 건전성 기준에 맞추기 위해 심사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충당금 적립률 기준도 강화되기 때문에 당장 올해부터 발생하는 대출에 대한 심사가 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자금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울상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소규모에다 여유자금이 없는 경우 은행 수준으로 강화된 자산건전성 기준에 맞게 충당금을 쌓으려면 영업이 제대로 안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심사를 강화해야 충당금을 조금이라도 덜 쌓을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영업이 안되고, 기존에 하던 방식대로 영업을 하게 되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저축은행의 주요고객인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들이 대출심사에서 대거 탈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우량고객 위주다 보니 심사를 까다롭게 하더라도 기존 고객들이 크게 이탈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반면 저축은행은 건전성 기준이나 충당금 적립비율 기준을 은행 수준으로 강화하면 중·저신용자에 집중돼있는 기존 고객을 버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충당금을 덜 쌓기 위해 심사를 강화하다보면 상대적으로 저신용자들이 저축은행에서 '퇴짜'를 맞을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이들은 불법 사채 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저축은행의 건전성 분류 기준을 강화하게 되면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가계대출 규모를 줄이기 위해 서민들의 자금조달 통로를 봉쇄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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